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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GO]호텔맥주, 한 병에 1만원 넘지만 없어서 못 판다

중앙일보

입력

습하고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요즘, 생각나는 술은 당연히 시원한 맥주다. 매일 밤 예측불가한 결과로 흥미진진한 2018 러시아월드컵을 보며 마시는 맥주는 그야말로 꿀맛. 워낙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주요 명소뿐 아니라 동네 이름을 딴 지역 맥주가 나올 만큼 맥주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특급호텔도 수제 맥주 시장에 뛰어들어 눈길을 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3월 출시한 'Le 75'. 샴페인 효모를 이용해 일반 맥주와는 다른 탄산을 느낄 수 있고, 레몬 껍질을 넣어 끝맛이 상큼하다. [사진 포시즌스 서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3월 출시한 'Le 75'. 샴페인 효모를 이용해 일반 맥주와는 다른 탄산을 느낄 수 있고, 레몬 껍질을 넣어 끝맛이 상큼하다. [사진 포시즌스 서울]

신라·포시즌스·해비치·휘닉스, 맥주 출시

서울신라호텔이 2016년 만든 수제 맥주 '골든 에일 S'. 라임과 자몽 향이 강하다. [사진 서울신라호텔]

서울신라호텔이 2016년 만든 수제 맥주 '골든 에일 S'. 라임과 자몽 향이 강하다. [사진 서울신라호텔]

특급호텔 수제 맥주의 원조는 서울신라호텔(이하 서울신라)다. 2016년 호텔 로비에 있는 '더 라이브러리'에서만 판매하는 수제 맥주 '골든 에일S'를 출시했다. 라임과 자몽의 과일 풍미와 함께 필스너 몰트와 태평양 북서부 연안의 홉을 사용해 강한 청량감이 특징이다.
올해는 호텔·리조트가 잇따라 수제맥주를 출시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신라가 생맥주 형태로 출시한 것과 달리 고유의 패키지까지 제작해 병맥주로 출시했다. 시작은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하 포시즌스)이다. 포시즌스는 지난 3월 맥파이 브루어리와 협업해 칵테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맥주 ‘Le 75’를 출시했다. 호텔 내 지하에 자리한 스피크이지바 ‘찰스 H.바’에서 맛볼 수 있는 이 맥주는 샴페인 효모를 넣어 목 넘김이 부드럽고, 레몬 껍질을 넣고 숙성시켜 풍미가 상큼하다. 도수는 7.5도로 다른 맥주보다 높다.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가 6월에 출시한 '해비치 위트비어'. 제주산 감귤 농축액을 넣어 풍미가 상큼하다.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가 6월에 출시한 '해비치 위트비어'. 제주산 감귤 농축액을 넣어 풍미가 상큼하다.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

이달엔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이하 해비치)가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와 손잡고 ‘해비치 위트비어’를 출시했다. 평소 다이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던 만큼 다양한 요리와 어울리도록 밀맥주에 제주 감귤 농축액을 다량 넣어 상큼한 맛을 강조했다. 해비치 제주를 비롯해 롤링힐스 호텔, 해비치 컨트리 클럽 서울 및 제주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내 모든 식음료장에서 판매한다.

휘닉스 호텔&리조트가 지난해 연말 내놓은 맥주 ‘불싸조’. 소나무 향을 담아 시원하게 터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사진 휘닉스호텔&리조트]

휘닉스 호텔&리조트가 지난해 연말 내놓은 맥주 ‘불싸조’. 소나무 향을 담아 시원하게 터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사진 휘닉스호텔&리조트]

휘닉스 호텔&리조트(이하 휘닉스)는 이들보다 앞선 지난해 연말 ‘불싸조’를 내놨다. 에일 맥주의 무거움은 덜고 탄산을 가미한 데다 소나무 향을 담아 시원하게 터지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휘닉스 제주와 평창에서 판매한다.
이처럼 호텔·리조트가 저마다 이름을 건 수제 맥주를 내놓는 이유는 뭘까. 국내 수제 맥주의 인기에 그 답이 있다. 윤지숙 해비치 홍보팀장은 “수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수제맥주 출시를 준비해왔다”며 “특히 맥주는 다른 주종에 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브루어리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두처럼 호텔이 원하는 풍미 등을 맞춘 주문 생산이 가능한 점도 호텔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졌다.

희소성·패키지 앞세워 인기몰이

 해비치는 제주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주산 감귤 농축액을 넣었다.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

해비치는 제주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주산 감귤 농축액을 넣었다. [사진 해비치 호텔앤드 리조트]

호텔 맥주는 호텔이라는 이름값답게 일반 수제 맥주보다 비싸다. 대부분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해비치의 '해비치 위트비어'는 생맥주 1만2000원, 병맥주 1만1000원이다. 서울신라의 '골든 에일S'는 한 잔에 1만6000원, 포시즌스의 'Le75'는 1병에 1만8000원이다. 한화리조트의 불싸조만이 7000원으로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호텔표 수제 맥주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포시즌스 윤소윤 홍보팀장은 “출시 당시 준비한 물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한 달 만에 모두 소진돼 한동안 맥주가 없어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비치도 초기 물량 준비 당시 4개월 정도 예상했지만 한 달 만에 거의 다 팔려 지난주 추가 주문서를 넣었다고 한다.

패키지 라벨에서도 호텔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사진 포시즌스 서울]

패키지 라벨에서도 호텔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사진 포시즌스 서울]

‘값이 비싸도 일단 먹어보겠다’고 할 만큼 인기 있는 비결은 뭘까. 첫째는 맛이다. 호텔에는 최고 수준의 셰프·소믈리에·바리스타 등 다양한 분야의 식음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만큼 맛을 평가하고 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맥주 맛에 까다로워진 고객들을 사로잡는 데 유리하다.
둘때, 희소성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출시된 호텔표 수제 맥주는 판매 장소가 한정적이다. 호텔에 가야만 맛볼 수 있다. 남들과는 다른 개성을 중요시하는 SNS 분위기와 맞물려,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수제 맥주 특유의 개성있는 패키지도 구매욕을 자극한다. 골드와 주황색을 적절하게 매치한 포시즌스의 고급스러운 패키지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휘닉스의 불싸조는 불사조와 소나무를 복고풍으로 그려 넣은 개성 강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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