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영·유아 급성 중이염 잘 안 낫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아이가 몇 주씩 치료를 받았는데도 중이염이 잘 낫지 않는다고 불만인 부모들이 많습니다. 또 한번 걸렸다가 힘겹게 치료해 나았는데 또 중이염에 걸려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급성 중이염은 어린이 병이라 할 만큼 영.유아들이 주로 앓는 병입니다. 어린이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데 바로 이 감기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급성 중이염이기 때문입니다.

감기가 중이염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이관(耳管)이 어릴 때는 짧고,넓으면서 직선으로 생겨 코나 목의 분비물이 중이로 쉽게 들어오고,이곳에 사는 균이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돌 전에 급성 중이염을 한 번 이상 앓은 아이가 70%를 넘고 세 명 중 한 명은 세 번 이상 앓는다고 합니다.

다행히 성장과 더불어 이관이 길고 좁아지면서 구불구불한 곡선이 돼 중이염 발생률도 줄어듭니다. 실제 급성 중이염 환자는 6~36개월께 가장 많이 발병하다가 만 6세가 지나면서 감소합니다.

급성 중이염의 원인은 첫째가 세균이며 다음이 바이러스입니다. 세균은 해당 균을 없애는 항생제로 박멸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완치제가 없어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 병원에서는 급성 중이염이 의심되는 아이에게 그날부터 가장 흔한 세균에 감염됐다고 가정하고 항생제를 10~14일 정도 투여합니다. 원인균을 정확히 알려면 고막을 뚫고 액체를 뽑아 배양해야 하는데 영.유아에게 시행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요.

우리나라에는 폐구균.헤모필루스 등의 세균이 가장 흔한 원인균인데 이전에는 이런 세균들이 페니실린 계통의 항생제 투여로 박멸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1990년대 들어 약을 써도 안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처음 항생제를 일정량 써서 반응이 없으면 용량을 두배로 늘리거나 두가지 항생제를 투약하는 치료를 합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 방법으로도 효과를 못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겁니다. 그럴 땐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지요. 항생제 내성은 최근 몇 달간 항생제 치료를 받은 아이일수록 흔하게 나타납니다.

또 바이러스가 원인일 땐 아무리 항생제를 써도 앓을 만큼 앓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영.유아의 급성 중이염은 잘 낫지 않고 재발도 잘하는 것입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