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본「두 개의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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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올림픽에 참가한 중국과 대만의 끈끈한 모습은 이들 대만해협 양안이 곁으로는 으르렁대지만 속으로 상당한 수준의 실질적 교류를 증폭시켜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중국·대만 IOC위원 부부들의 친형제 같은 정담이나 대만 매스컴이 중국국영통신 신화사의 무료 제공 사진을 전재키로 한 것, 대만취재단이 업무협조 차 신화사 서울취재본부를 상시 출입하는 것 등은 이러한 실질 관계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북한이 끝내 불참한가운데 서울올림픽을 주최하는 우리로선 이들의 모습에 남다른 감회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념과 체제는 두 쪽이 났지만 한 핏줄임을 확인·증폭해 가는 중국인들과 국회회담을 비롯한 여러 가지 회담과 접촉을 떠들썩하게 선전하지만 끝내는 결국 두 쪽임을 거듭 확인해왔던 우리네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대만대표단이나 취재단원들이 중국과는 민족동일체 의식을 거듭 두텁게 하면서도 한국매스컴과 서울올림픽조직위에는 무척 섭섭한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대만기자들은 국제정세가 그들을「중화민국」이 아닌「대만」으로 취급하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최근「중국 열」에 들뜬 한국매스컴들의 보도나 당국의 태도는 너무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
11일「차이니스 타이베이」(중화·대북) 대표단의 김포공항 입국당시 올림픽기를 앞세웠는데도 일부 한국매스컴이 대만대표단들이『맺힌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 청천백일기(자유중국국기)를 앞세우고 왔다』는 식의 보도를 거듭한 것은 사실과도 다르려니와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매스컴들이 대륙중국의 칭호를 중공에서 중국으로 고쳐 부르고 공식적인 장소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하는데 비해 중국매스컴들은 여전히 우리 국호를「남조선」으로 통일하고 있다. 또「서울」올림픽이란 호칭보다는「이번」또는「24회」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중국과 모만의 모습을 보면서 명분은 물론,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실인지를 곰곰 되씹게 된다. 박병석<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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