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극동개발에 한국참여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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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고위 외교정책 브레인인 소련 과학아카데미극동문제 연구소장 「미하일·티타렌코」박사(54)는 소련이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고 있으며 특히 시베리아·극동개발에서 한국과 경제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12일 한양대 중소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학술강연회에서 『소련의 대한정책과 한소경제교류』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티타렌코」박사는 그러나 양국간 관계는 우선은 정부 대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이 바람직하며 기존의 소련·북한간의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있은 강연내용의 요약이다.

<지금 서울에선 제24회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우리 소련선수들도 참가하고 있으며 얼마전 소련의 볼쇼이발레단의 공연이 있었다. 또 오늘 본인이 이 자리에서 공개강연을 한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모두가 새로운 사고의 결과이며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주장하는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외교에서 비롯한 것이다.
소련의 아시아·태평양정책은 86년6월「고르바초프」서기장의 블라디보스토크맹언에 잘 나타나 있다. 소련은 극동·시베리아를 개발해야하며 태평양으로 진출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지역국가들과 상호불신 아닌 참다운 신뢰의 관계를 갖고자 한다.
소련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인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빌고 싶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다. 한소관계개선은 기존의 소련·북한의 우호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다. 이것은 아마 미국의 대북한 관계개선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칙일 것이다.
한국·소련의 관계개선에 장애가 되는 것이 있다. 한국에 있는 핵무기는 소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세계 최대규모의 군사기동훈련이 소련에 위협을 준다.
남북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최근 내놓고 있는 노태우대통령의 7·7선언과 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제의 등은 한반도에서 남북간 긴장을 완화해주고 이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소련은 지금 극동·시베리아개발에 실로 국가의 운명을 건 도전을 시도하고있다.
극동·시베리아는 면적에서 한국의 67배, 미국의 그것과 동일한 광활한 지역이며, 자원의 보고다.
소련 전체 수력자원의 3분의1이 이곳에 있으며 70가지의 엄청난 자원이 묻혀있다. 그러나 전체 개발은 5%미만 수준에 불과하다.「고르바초프」는 시베리아·극동개발을 위해 모든 나라에 문호를 개방하고 다자간·쌍무간 베이스로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소련의 과학·기술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그러나 분야에 따라선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도 있다. 한국이 그 동안 축적한 높은 수준의 건설기술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지하자원 탐사·조선·컴퓨터·로보트, 그리고 경공업과 일반소비재산업분야에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실력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한 소양국간 협력은 전망이 매우 밝다. 그러나 성급히 행동하진 말자. 단계별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자. 우선은 정부 대 정부의 공식접촉보다 민간차원의 협력이 바람직하다.
소련은 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희망하며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호신뢰의 「파트너십」관계여야 한다. 이 같은 정신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양국간 여러 난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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