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의 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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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속담에 구변 좋은 사람을 가리켜『소장의 혀』라고 한다. 소장이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말 잘하기로 소문 난 소진과 장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장의에게 이런 고사가 있다. 그가 어느날 초나라 재상의 초청을 받아 연회에 참석했는데,
연회가 끝나고 보니 재상의 도리옥(벽옥)이 없어졌다. 재상의 식명하나가 장의를 의심하여 『장의는 가난한데다 소행이 좋지 않으니 도리옥을 훔친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하인들이 장의를 잡아 매질을 하며 문초했으나 끝내 승복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당신이 부질없이 책을 읽고 유세같은것을 하지 않았던들 이런 봉변은 당하지 않았을게 아니오」라고 역정을 냈다. 그러자 장의는 대뜸 입을 크게 벌리며 『내 혀가 아직 그대로 붙어있는가 봐주게』하고 물었다.
아내가『혀는 그대로 있구려』하고 대답하자, 장의는『그러면 되었네』하고 집을 뛰쳐나가 이른바「연형설」로 6국을 달래어 합종의 맹약을 맺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은 장의를 위험한 인물로 생각했다. -사마천의『사기열부』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람의 혀는 음식을 씹게 하고, 맛을 알아보는 외에 말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동물의 혀는 다르다. 개의 경우는 한선이 없으므로 혀를 통해 방집을 돕는다. 어유의 혀는 내부에 근육이 없어 움직이지 않을 뿐아니라, 경골각에는 혀에 바로 이(치)가 붙은 것도 있다. 양서유의 개구리나 카멜레온의 혀는 먹이를 포획할만큼 발달되었고, 악어나 거북 또는 조류의 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아 섭식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뱀이나 도마뱀의 혀는 미각작용은 없고 대신 후각기관으로 작용하여 환경인지 역할을 한다. 뱀이 끊임없이 혀를 날름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엊그제 중앙일보사회면을 보면 30대주부가 20대청년 2명에게 폭행당하기 직전 범인의 혀를 깨물어 순결을 지켰다. 그러나 과잉방어란 이유로 징역1년을 구형받은 사건이 있었다.
폭행앞에서 정당방위냐, 과잉방어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겠지만, 그것과 별도로 인간이 상황이나 환경을 모르고「세치(3촌)혀」를 잘못 놀리면 큰 봉변을 당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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