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휴양지 다합서 폭탄테러 한국인 1명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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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으로 급히 엎드렸어요. 그런데 옆에 계신 어머니의 머리에서 피가 흘렀어요." 24일 저녁 7시 15분경 (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홍해 휴양지 다합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할 당시 현장에 있었던 K(30)씨는 급히 알려왔다.

사위 박씨(32, 교민)와 딸K씨가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집트까지 날아온 P(54)씨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폭탄의 파편을 맞았다. 사위와 K씨는 갑자기 시멘트 바닥에 엎드리는 바람에 찰과상을 입었다.

이들은 어머니의 머리를 거머쥐고 병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주변에 놀란 외국인과 현지인들은 이들을 밀치고 더 빨리 뛰었다. 폭발이 발생한 발생한 마스바트 다리와 인근 레스토랑 및 카페 주변에는 건물 파편과 찢어진 시신 잔해가 널브러졌다. K씨는 그 상황에서도 식당주변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생각해냈다. "쾅소리와 함께 한국 학생들이 이름을 부르며 찾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30여 분 만에 앰뷸런스를 타고 다합 인터내셔널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워낙 작은 규모의 병원이라 실려온 시신과 중상자들로 P씨는 치료를 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집트 보안당국은 P씨 일행을 다시 차량으로 한 시간 거리인 해변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로 긴급히 이송했다. 일단 찢어진 부위를 꿰매고 P씨는 추가 검진을 기다리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파편으로 인한 부상이기 때문에 X-레이를 포함한 정밀 진단을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K씨의 음성은 범아랍 위성 알자지라 방송에 나왔다. 병원에서 부상자들과의 가진 인터뷰에서다. 한국인 부상자 K부인이라는 자막과 함께 약 5분간 인터뷰를 했다. 어머니가 다쳤다는 것과 함께 주변에 한국인들이 있었다는 것도 K씨는 영어로 침착하게 말했다.

K씨 일행은 27일 밤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이동했다. 5일간의 휴가기간에 맞춰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사고가 발생한 24일 밤 10시 차편으로 카이로에 귀환할 예정이었다. 차에 타기 전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이같은 변을 당했다. 이들은 다합 호텔에 모든 짐을 놓고 왔다. 치료가 끝나면 상황을 보고 다시 한 시간 거리로 이동해 짐을 찾아 카이로로 귀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22명의 사망자와 1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다합에는 사고 발생전후로 약 40여 명의 한국인이 머물렀다. 박회윤 영사는 지상사협의회, 유학생회 및 코이카(KOICA)를 포함한 모든 교민 조직의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확인한 결과 이들 40여 명 중 한 가족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박영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은 11시경 다합으로 급히 향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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