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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도우 돌리며 전세계 도는 나는야 집시 셰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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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년중 3분의 2를 해외에서 보냅니다. 집시 셰프라 불러주세요.”

세계챔피언 파스콸리노 바바쏘 #레스토랑 경영하며 피자스쿨 세워 #피자 맛 살리려면 로컬푸드 써야

피자 도우(밀가루 반죽) 돌리기 세계대회서 챔피언을 두 번이나 차지한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 민머리 총각 셰프 파스콸리노 바바쏘(45)는 해외 공연을 많이 다녀서 좋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여권은 10년 썼지만, 최근엔 1년에 한 번꼴로 바꾼단다. 서울이 올해 방문한 15번째 도시일 정도로 오라는 데가 많아서다. 연말까지 방문해야 할 도시는 이보다 더 많다.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도우 돌리기 쇼로 돈을 벌 정도의 프로페셔널은 그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에 보통 2주간 머문다.

지난 2001년 챔피언십 우승 후 전 세계를 돌며 이탈리안 전통 피자 반죽으로 곡예를 하는 ‘아크로바틱 피자 쇼’를 전파하는 바바쏘를 지난 19일 서울 남산 밀레니엄 힐튼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폰테’에서 만났다.

19일 힐튼호텔 일 폰테에서 피자 도우를 만들어 보인 이탈리아의 파스콸리노 바바쏘. [김경록 기자]

19일 힐튼호텔 일 폰테에서 피자 도우를 만들어 보인 이탈리아의 파스콸리노 바바쏘. [김경록 기자]

도우를 들고 화덕 앞에 선 바바쏘는 도우를 떡 주무르는 듯했다. 흐물흐물한 도우가 그의 검지 손가락 위에서 현란하게 비행접시처럼 돌아갔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엔 커다란 가오리만 한 크기의 도우가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이날 시연에선 “반죽이 이탈리아와 달라 그만큼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쇼에 쓰는 도우는 단백질 성분을 높여 좀 더 질기게 만든 것으로 식용은 아니다. 도우 돌리기는 20여 년 전 아버지가 운영하는 ‘일 팔코 아주로(붉은 매)’ 피자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시절 자연스럽게 익혔다. 바바쏘는 10년 전 이 피자 레스토랑을 물려받았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시칠리아 피자스쿨’의 교장이기도 하다.

15분가량의 피자  돌리기 쇼가 끝나자 그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해외 투어 초창기 쇼로 박수갈채를 받을 때는 우쭐한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쇼의 마무리는 맛있는 피자를 내놓는 것”이라며 피자로 화제를 옮겼다.

바바쏘가 전파하는 피자는 유기농 밀가루로 반죽한 도우를 화덕에서 2분 동안 바삭할 정도로 구워 간결한 토핑을 얹는 이탈리안 전통 스타일이다. 55세에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은퇴한 아버지는 바바쏘에게 “신선한 재료를 찾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일 팔코 아주로’에 들어오는 식재료의 80%는 로컬푸드다. 통조림을 뺀 모든 재료다. 바바쏘는 레스토랑 인근 6개 농장과 계약을 맺고 있다. 고기·치즈·채소 각각 두 군데씩으로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이라고 했다.

시칠리아에서도 유기농 식재료는 비싸다. 하지만 “생산자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제값을 줘야 한다”면서 “시칠리아는 농업에 기반을 둔 섬이라 채소는 외부보다 섬 내 농장에서 가져오는 게 더 싸다”고 했다. 정직한 재료를 쓰지만 피자 한 판의 가격은 10유로(약 1만3000원)다. 이 가격은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점심 없이 저녁 시간대만 문을 열어 하루 300판의 피자를 굽는다.

바바쏘는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일 폰테에서 도우 돌리기 쇼와 피자를 선보인다. 준비가 덜 된 시연 때와 달리 “커다란 도우도 가능하다”며 “익사이팅한 도시 서울에서 익사이팅한 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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