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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자영업 양극화 해소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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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임금소득 양극화가 심각하다지만 자영업 양극화는 더 심하다. 통계청의 연간 가계동향을 보면 2016년 소득 하위 20%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17% 줄었다. 하위 20% 가구의 임금소득도 감소했으나 그 폭은 10%를 넘지 않는다. 영세업체일수록 장사가 어렵고 대형 자영업자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은 2000년대 이후 감소하고 있다.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이 완만한 증가세인 것과 비교된다.

평균소득 계속 줄어드는 추세 #영세 업자들 경쟁력 낮은 탓 #시장 진입과 퇴출 활발해지고 #창업주들의 혁신 의지도 필요

자영업 양극화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인구 정체와 수요 고급화가 결합하면 영세자영업을 먹여 살릴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요는 주는 데 중장년층은 조기퇴직으로, 청년층은 고용 부진과 직장문화 혐오로 인해 자영업의 길을 택하고 있다. 자영업의 대표 격인 음식점이 인구 78명당 한 개꼴로 포화상태다.

자영업 양극화는 영세 자영업자의 경쟁력이 낮은 탓도 크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외식프랜차이즈계의 유명한 ‘음식 탐구가’가 영세식당을 거듭나도록 컨설팅하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영업자 중엔 준비 안 된 사람이 많다는 점을 새삼스레 확인했다. 음식 맛이 별로이거나 경영 능력이 없는 것은 물론 기본 위생관념이 부족한 곳도 있어 시청자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특히 눈에 뜨이는 문제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역량이 부족한 사장이 많다는 점이다. 음식 탐구가로부터 변화를 제안받은 업주들은 처음에는 대체로 소극적이다. 촬영에 응한 업소들이 그럴진대 촬영을 아예 거부한 업소의 혁신 의지는 더 희박할 것이다. 음식 탐구가는 변화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맞대결도 펼치고 주방점검도 하고 원가계산도 해준다.

업소별로 문제점은 다양했다. 잘못 설정된 가게 컨셉트(기업전략), 신통치 않은 음식 맛(기술개발), 높은 재료비(원가관리), 긴 조리시간(생산관리), 비효율적 홀서빙(서비스관리), 높은 음식값(마케팅) 등 식당도 기업인지라 경영학의 모든 이슈를 다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업소 주인들은 변화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중에는 TV를 통한 선전 효과만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기 혁신이 어렵듯이 식당이 스스로 변화하기도 매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종사자 5인 미만의 소형 음식점은 전국에 57만개나 있다.

전현배(2016) 등을 포함한 많은 연구는 자영업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선 기존 업소의 노력보다는 활발한 진입과 퇴출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낡은 구멍가게가 먼지 털고 나름의 단장을 하는 것보다는 편의점이 구멍가게를 대체하는 것이 자영업의 생산성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017년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자영업 중에서도 특히 손 바꿈이 심했다. 폐업의 고통을 겪은 분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손 바꿈은 우리의 자영업이 성장하는 아픈 과정이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자영업자의 비율이 낮은 경향이 있으며 우리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기존 자영업자의 혁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라는 공공기관이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주머니를 털어 컨설팅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작으므로 정부가 컨설팅 비용을 지원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돈을 받고 식당을 방문하는, 책임 없는 컨설턴트가 일을 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높은 임대료와 최저임금이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자영업자 스스로가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행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혁신 의지 부족은 영세 자영업의 문제만은 아니며 모든 기업의 문제이다. 오늘도 변화 위해 노력하는 전국의 자영업 사장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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