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해식품 믿을만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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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저공해 식품(유기농업식품) 이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유층의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두부·콩나물·상추 등 저공해 식품이 2∼3년 사이에 대형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 고정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백화점·슈퍼마켓마다 저공해식품코너가 상설돼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최근 성인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통계가 자주 나오고「식생활과 성인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제대로 된 식품」을 먹자는 운동이 소비자들 사이에 은연중 확산된 때문임은 물론이다.
매일 먹다시피 하는 콩나물에 농약을 써 수은이 들어있는 등 우리 식생활 주변이 워낙 공해에 찌든 탓이기도 하다. 저공해 식품이란 일반적으로 화학비료와 농약 등 인체에 해로운 유독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이른바 자연농법에 의해 생산된 농·축산물과 이를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무공해 식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자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전국 23개 건강식품업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건강식품협회」(회장 이연호(465-5716) 발족식을 갖기도 했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저공해 식품의 유통실태·가격·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유통실태>
현재 국내에서 저공해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식품류는 주곡인 쌀과 보리를 비롯해, 배추·무·시금치 등 채소류, 딸기·사과 등 과일류, 콩나물·참기름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모두 60여종.
롯데·신세계·현대 등 서울시내 거의 대부분의 백화점과 냉장 전시장을 갖춘 대형슈퍼마켓에서는 무공해식품·자연식품·건강식품 등 갖가지이름으로 저공해 식품코너를 마련, 운영하고 있고 도-농 직접거래 형식의 전문판매업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공해식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는 풀무원·한살림·푸름두레 등을 포함, 줄잡아 5∼6군데.
이들 회사에서는 전국 각지에 농장을 두고 농민들과 재배계약을 맺고 씨를 뿌릴 때부터 수확을 거둘 때까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저공해식품을 생산, 공급한다.
또 식품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직송체제를 갖추고 24시간 안에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회사측의 설명이다.
수요증가로 판매량도 늘어나 이들 회사중 규모가 가장 큰 풀무원의 경우 올해 한해동안 1백5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작년보다 1백% 늘어난 규모다.
저공해 식품의 주 소비층을 보면 아직까지는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강남지역이 전체판매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서울 변두리지역과 수원·인천 등 위성도시로의 판매망이 확대되고 있어 대중화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가격>
저공해식품의 값은 품목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식품보다 평균 20%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다. 생산량이 적은데다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냉장시설과 직송체제를 갖추다 보니 일반 식품과는 가격차이가 어느 정도 날수밖에 없다는 업계 측의 얘기.
풀무원의 두부(대) 5백50g에 6백80원, 콩나물 3백g에 5백50원, 상추 1백50g에 4백5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한살림의 현미 1가마는 10만6백원, 참기름 1병은 7천5백원, 푸름두레의 삼계 1마리에 2천2백원, 고추 1근에 5천5백원씩 각각 팔리고 있다.

<문제점>
다양한 각종 저공해 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없어 일반재배 식품까지 무공해 식품으로 둔갑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신도 깊어가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비소 등 중금속의 함유량 기준치 등을 포함한 건강식품 판별기준이 있으나 우리 나라는 판별기준이 없어 자칫 비싼 값을 치르고「가짜」를 살 우려도 높다는 지적이다.
얼핏 보아 무공해 식품인지 아닌지 눈으로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유통단속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나 유통업자가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인식아래 믿을 수 있는 건강식품을 제공하는 풍토라 할 수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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