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보물 1호' 파이프 오르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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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5동성당에는 본당 건물을 비롯해 그 앞의 성모자상 등 외부에도 널리 알려진 명물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것이 파이프오르간이다.

목5동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은 1994년 본당 건물이 들어서며 설치됐다. 당시에는 명동성당의 것과 함께 국내 성당에 설치된 파이프오르간 중 가장 규모가 커 화제를 모았다. 이 오르간은 길이 1㎝부터 4.5m까지 크고 작은 파이프 약 3천개를 모아서 만든 것이다. 모든 파이프를 한줄로 이으면 길이가 1㎞가 넘는다. 35개 이상의 다양한 음색을 내며 주말 미사를 비롯해 성당의 중요 행사 때마다 장중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이 오르간은 성가정성가대를 비롯한 이 성당의 다양한 성가대의 활동을 가능케했다. 해마다 카톨릭 성가 경연대회가 이 성당에서 열리는 것도 역시 파이프오르간 덕분이다. 목5동 성당이 결혼식장 명소로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것도 이 악기의 뒷심이 작용하고 있다. 많은 신자들은 "이 오르간이야말로 우리 성당의 보물"이란 말을 서슴지 않는다.

목5동성당의 오르간과 떼놓을 수 없는 사람이 같은 성당에 있다. 바로 악기의 주연주자인 전옥찬(43.도뱀필라)씨다. 이화여대에서 오르간을 전공한 후 독일 쾰른 등지에서 7년간 수학한 전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이자 작곡가다. 그가 쓴 세 권의 파이프오르간 악보집 등 서적은 국내 파이프오르간 연주자들이 반드시 봐야할 교과서가 됐다. 그는 목5동성당 오르간을 선택하고 설치할 데 부터 이 오르관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 뢰겐스부르크 유학 시절인 92년부터다. 당시 그는 새로 짓는 성당에 설치할 파이프오르간을 물색해달라는 부탁을 당시의 박노헌 주임신부로부터 받았다. 독일과 스위스.이탈리아 등의 업체 제품들을 검토한 끝에 독일 슈케사가 가장 적절한 제조업체라는 결론을 전했다. 93년부터 1년반 동안 제작한 오르간을 들여올 때 그는 함께 입국해 설치를 도왔다. 그리고 95년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11년동안 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해왔다.

전씨는 "목5동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은 나의 분신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매주 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은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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