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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결사옹위’ 외치며 주민 단속 강화하는 배경은?

중앙일보

입력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를 목숨으로 결사 옹위해야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1면에 게재한 사설의 일부다.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오히려 주민을 대상으로 대내 단속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 19일 사설이 그 사례 중 하나다. 북한이 ‘역사적 회담’이라고 성과가 크다고 자평하며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등 바라던 바를 이끌어낸 뒤인데도 체제 결속에 더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익명을 원한 한 탈북 연구자는 “북한이 내심 불안하다는 증거”라며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사회에 불어올 격변의 바람을 벌써 걱정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평양 지점도 논의되는 상황에서 북한도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맞서 내부 단속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한 김정은 위원장-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한 김정은 위원장-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북한은 앞서 18일엔 노동신문에 “자본주의는 근로 대중의 존엄과 이익을 짓밟는 반인민적 사회”라고 주장하는 논평을 실었다. 여기엔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진통과 좌절, 곡절은 있을 수 있다. 일부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은 사회주의 이념의 실패가 아니다”는 내용도 있다. 이 논평의 제목은 ‘인류의 염원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였다. 북한이 개방에 따른 체제 이완을 우려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북한은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부터 회담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긴 했으나 동시에 ‘자주’를 강조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이 17일자에서 “나라는 자기 실정에 맞게 자기 인민의 힘에 의거하여 사회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며 “남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3일 귀국했다고 전하는 노동신문 14일자 1면.          [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3일 귀국했다고 전하는 노동신문 14일자 1면. [노동신문 캡처]

이런 북한 매체의 동향을 두고 북한 내부에서도 북ㆍ미 정상회담 평가에 대한 내부 교통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체제 보장을 약속받았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 확약은 없이 약속만 받은 상태”라며 “북한이 이에 대해 내부 의견 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내 결속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19일 올해에만 세번째인 방중을 한 것으로 관측되는 측면에도 이런 체제 보장에의 불안감이 녹아있을 수 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에겐 미국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체제 보장도 중요하다”며 “미국에게 무게추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또 방중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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