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아이셋맞벌이] 첫째·둘째 공부시키자면 셋째 끼어 '놀자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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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백이 이제 공부를 좀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니냐?" 퇴근하자마자 친정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이유인즉 오늘 건백이가 집에 와서는 "할머니, 저 달력 주세요" 하더란다. 그래서 달력을 주었더니 "할머니 3은 어디 있어요? 이건 뭐예요?"라고 계속해서 물으며 숫자에 관심을 나타내더라는 것. 친정엄마는 "저렇게 알고 싶어할 때 가르쳐야 한다"며 독촉하셨다. 그리고 다섯 살이 되도록 놀이방 보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도 하셨다.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하긴 했다. 때가 되면 알겠거니 싶어 진짜로 아무것도 가르치질 않은 것이다. 그래도 놀이방에서 뭔가를 배우는지 아이는 어느 날 숫자를 10까지 세기도 하고, 오늘처럼 이렇게 숫자에 관심도 갖는다. 아이가 하는 걸 보고 '아직 어린데 놀이방에서 배우는 것으로 됐지' 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키워보니 '다 때가 있다'는 옛말이 틀린 게 아니어서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일찍 가르쳐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보다 적당한 때 시작해야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평소 나의 지론이었다. 아이들을 너무 일찍부터 '공부'에 매달리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니 갑자기 의욕이 불끈 솟아 앉은뱅이 상을 펴고, 아이를 불렀다. 스케치북과 연필, 그리고 달력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달력의 숫자를 가리키며 하나하나 읽어 나갔다. '1, 2, 3…' 아이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숫자를 따라 읽었다. 그런데 10까지 채 읽기도 전에 둘째가 끼어들었다. 뭐, 둘째도 네 살이니 함께 배울 수 있겠다 싶어 끼워주기로 했다. 다시 시작. "숫자 3은 무얼까 맞혀 봐요, 무얼까 맞혀봐요~오." 노래까지 부르며 분위기를 한층 띄우려는 순간, 이번에는 돌도 안 지난 막내까지 끼어드는 게 아닌가.

결국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막내는 연필을 계속 흐트러뜨리고, 둘째도 가위질을 하겠다고 난리다. 이 와중에 열심히 하려던 큰 아이는 흥미를 잃고 혼자 그림을 그리겠단다. 불타던 의욕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이렇게 꺼져 버렸다. 막내가 어느 정도 커야 함께 모여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무엇보다 언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

박미순 레몬트리 기자



◆집에서 자주 하는 놀이

①가위로 신문지 오리기-모여 앉아 신문지로 종이배나 비행기를 접기도 하고, 손으로 길게 찢거나 가위로 자르기도 한다. 언니 말에 의하면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는 놀이라 두뇌발달에 좋단다. ②과자 따먹기-아이들이 과자를 너무 먹고 싶어할 때 덜 먹게 하는 놀이다. 옛날 어릴 적에 하던 방법대로 과자를 실에 쭉 묶은 다음 방문 틀에 압정으로 고정시킨다. 저 멀리서 아이들을 뛰어오게 해서 하나씩 따먹도록 하는데, 아이들이 노는 데 정신이 팔려 달랑 1~2개 먹고 만다. ③분무기로 물뿌리기-베란다에 아이들과 조르르 앉아서 분무기로 화분에 물을 준다. 어느 정도 손에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손과 팔목의 힘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듯하다. 물론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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