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경찰서는 18일 주점에 불을 질러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이모(55)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범행 직후 달아난 이씨는 군산시 중동의 지인 집에 숨어있다가 이날 오전 1시 30분쯤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전날 오후 9시 50분쯤 군산시 장미동 한 라이브카페에 인화성 물질을 붓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범행 전날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을 요구했다.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이씨도 몸에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병원으로 보내 치료받도록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도 상처를 입어 치료가 급한 상황”이라며 “치료가 끝나는 대로 사건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추궁해서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3시까지 이씨의 방화로 사망 3명, 중상 5명, 경상 25명 등 총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모두 남성이다. 부상자 중에 화상 등을 입은 중상자가 다수 있어 사망자는 늘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부상자 대부분은 군산 개야도 섬 마을 주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점 내부에서 불이 나자 손님 수십 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던 도중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주점 내부에는 합성 소재로 된 소파가 밀집돼 있었는데, 화재와 함께 유독 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통로가 좁아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것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들은 동군산병원, 군산의료원, 전주병원, 전북대 병원 등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불로 주점 내부 280㎡도 모두 탔다.
불은 오후 10시 50분쯤 모두 진화됐다. 화재가 발생하자 “출입문에 불이 붙었다. 누군가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 110명은 화재 진압과 구조작업에 나서 발생 1시간여 만에 진압ㆍ구조했다.
소방당국은 주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인명피해가 늘었다고 밝혔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주점 내부 소방설비는 소화기 3대와 비상 유도등이 전부였다”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인명피해가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