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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발견된 검은딱새 가락지에 ‘Korea’…이동경로 첫 확인

중앙일보

입력

가락지를 부착한 검은딱새. [사진 Makoto Takahashi]

가락지를 부착한 검은딱새. [사진 Makoto Takahashi]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 검은딱새의 이동 경로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라남도 흑산도에서 가락지를 부착한 검은딱새가 1년 뒤에 870㎞ 떨어진 일본 교토에서 발견되면서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철새 이동연구의 하나로 수행 중인 가락지 부착조사를 통해 검은딱새의 이동 경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은딱새의 이동 경로. [국립공원관리공단]

검은딱새의 이동 경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이번에 이동 경로가 확인된 검은딱새는 3년 이상의 수컷 어른 새로 지난해 4월 6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진이 흑산도에서 가락지를 부착해 방사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4월 5일, 일본 교토의 교탄고시에서 민간 조류 전문가인 마코토 타카하시에게 발견됐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약 870㎞에 이른다.

이후 일본 야마시나 조류연구소는 4월 19일에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에 발견 소식을 전했다.

“일본 북상할 때 남부지역 거쳐 가”

가락지를 부착한 검은딱새.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가락지를 부착한 검은딱새.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검은딱새(Saxicola stejnegeri)는 봄에 한국을 찾아와 가을에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름 철새 중 하나다. 주로 유라시아대륙 중부와 동부에 널리 분포하며,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등에서 겨울을 보낸다.

어른 새의 평균 크기는 약 13㎝이며, 주로 곤충, 거미 등을 먹는다.

박종길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장은 “이번 이동 경로 확인은 동남아나 중국 남부에서 월동하는 검은딱새가 번식을 위해 일본으로 북상할 때 우리나라 남부지역을 경유해 이동한다는 것과 검은딱새의 수명이 최소 4년 이상임을 확인한 중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락지에 적힌 숫자의 의미는?

검은딱새의 다리에 부착된 가락지.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검은딱새의 다리에 부착된 가락지.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검은딱새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새의 다리에 부착된 가락지였다.

가락지 부착조사는 조류를 포획해 가락지를 부착하고, 다른 지역에서 이 새가 관찰될 경우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철새 연구 방법이다. 가락지에는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해당 조류의 데이터가 기록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검은딱새의 가락지에도 ‘K.P.O. BOX 1184 KOREA 010-24305’가 적혀 있었는데, 한국 우체국 사서함 번호(K.P.O. BOX 1184 KOREA)와 가락지의 크기 및 고유번호(010-24305)를 뜻한다.

박 센터장은 “소형 조류는 가벼운 알루미늄, 중형 조류는 강도가 높고 부식에 강한 니켈합금으로 가락지를 제작해 부착한다”며 “가락지를 부착한 새가 자연에서 관찰된 확률은 0.03% 정도로 아주 희박하다”고 말했다.

4235㎞ 떨어진 인도서도 날아와 

가락지 부착 사업을 통해 확인한 철새 이동 경로. [국립공원관리공단]

가락지 부착 사업을 통해 확인한 철새 이동 경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조류연구센터 연구진은 가락지 부착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19종에 이르는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이 중에는 4235㎞가량 떨어진 인도 오리사주 칠리카호 지역에서 흑산도까지 날아온 붉은갯도요도 있었다.

박 센터장은 “다도해 및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철새 중간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곳의 서식지 관리와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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