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자·알바 일자리 뚝 … 금융위기 때만큼 나빠진 고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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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호 14면

5월 고용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난 1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경제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5월 고용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나타난 15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경제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 아래로 추락했고,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용 사정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뒤 ‘쇼크’ 본격화 #5월 취업자 수 증가 8년 만에 최저 #사회복지 등 공공부문은 증가 #김동연 “충격적, 경제팀 책임 통감”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올 1월만 해도 취업자 증가폭은 30만 명을 웃돌았지만 2월 10만40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3월과 4월에도 10만 명대를 벗어나지 못하더니 급기야 지난달에는 1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취업자 증가폭이 넉 달 연속 20만 명대를 하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9월~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 등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가 1년 전보다 7만9000명 줄었고, 숙박·음식점업(-4만3000명), 교육서비스업(-9만8000명), 도매·소매업(-5만9000명) 등도 감소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3만8000명), 공공행정·국방및사회보장행정(8만6000명) 등 공공부문은 취업자가 늘었다. 저소득·알바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공교롭게도 고용 쇼크는 올해 1월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이후 본격화됐다.

일자리 증가세가 꺾이면서 실업자는 11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6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4%로 0.4%포인트 상승했다. 5월 기준으로 2000년(4.1%)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5%로 1년 만에 1.3%포인트 상승했다. 5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와 관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올해 5월 고용동향은 충격적”이라며 “저를 포함한 경제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위축됐다는 증거가 없다(5월 15일 장하성 정책실장)”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조조정 등 다른 여러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가라앉는다면 최저임금 이외의 설명을 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정책 방향 전환을 검토해야 하는데 지방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정책을 밀어붙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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