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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교육+혁신 인터뷰] "의사 하고 싶다면 노인·장애인 체험해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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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와 나란히 걷고 있는 김현철 박사의 대표팀 주치의 시절 모습.

홍명보와 나란히 걷고 있는 김현철 박사의 대표팀 주치의 시절 모습.

의사는 이 시대 가장 선망되는 직업이다. 월드컵 개막을 앞둔 14일 특별한 의사를 만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맡은 김현철 박사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치의는 김현철 박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부임 후 대한축구협회에 국가대표팀 전담 주치의 선발을 요청했다. 그 전까지는 임시직으로 봉사 활동처럼 운영했다.
히딩크 기준으로 대표팀 전담 주치의는 매우 기본적인 요청이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현철 박사는 조선대 의대 조교수 자리를 던지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만류했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내린 도전적인 결정이었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대표팀과 동행했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함께 한 셈이다. 그는 “관절의 구조와 특징을 알고, 선수들이 훈련하고 다치는 모습을 20년 가까이 지켜볼 기회를 누렸다. 축구를 볼 때 전 선수가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알게 됐다. 그게 의사를 하면서 얻은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주치의 경험은 그의 의사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독일월드컵 이후 스포츠 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유나이티드병원을 만들었다. 운동장까지 달린 전문적인 스포츠 재활병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여전히 한 발 한 발 전진하고 있다. “대학에 남았다면 뜻깊은 연구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보다 재밌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그는 의사로서도 평균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김현철 2002 월드컵 대표팀 주치의 인터뷰 #의사는 책임감이 큰 직업... 봉사심 필요 #외과의는 결단력, 내과의는 상상력이 중요

부상당한 황선홍 선수에게 붕대를 감고 있다.

부상당한 황선홍 선수에게 붕대를 감고 있다.

-미래에도 의사라는 직업이 각광받을까.
“지금은 진단을 도와주는 수준이지만, AI가 더 발전하고 자가 학습의 기능이 더 강화되면 의사의 영역이 더 좁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버지도 의사였다. 아들이 의사를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버지는 정신과 의사였다. 아버지 세대만 해도 환자들이 고맙다고 닭이나 달걀 한 줄을 가져오던 때였다. 지금은 의료행위가 지나치게 상업화돼 있다.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다. 신용 불량자가 되는 의사도 허다하다. 스트레스는 과중하다. 의사가 실수하면 생명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지인 중에는 촉망받는 의사였지만 의료사고를 낸 후 자괴감으로 병원을 떠나 학교 수위를 하며 산 경우도 있다. 엄청나게 책임감이 크고,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업이다.”

-의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의사에게는 기본적으로는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 자신도 불행해진다. 내과 의사에게는 상상력이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외과 의사의 경우에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수술하는 동안 계속 크고 작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가 같은 실수를 해도 의사의 태도에 따라 환자가 납득하는 경우도 있고,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의사소통과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하지 않다면 영상의학과, 임상병리과 등의 분야를 택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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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AI와 경쟁해야 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의사는 좋은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자긍심은 매우 높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의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그랜드캐니언을 보고 신을 믿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있다. 의학을 파고들면서 인체의 신비를 보고 신을 믿지 않는다면 그것도 바보다. 관절의 움직임만 파고들어도 그 안에 우리가 모르는 게 여전히 너무도 많다. 생명의 탄생, 심장의 박동 매력적인 연구 분야가 많다. 사실을 토대로 본질을 파고들며 즐길 마음이 있다면 의학을 강력하게 권한다.”  

-의대에 가고 싶다면 공부 이외에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

“노인 체험이나, 장애인 체험을 해보면 어떨까. 상이 여러 개로 보이는 특수 안경을 끼고 곤충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인이나 장애인 체험을 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의사를 할 만하다. 그러나 힘들게만 느껴지고 짜증이 난다면 일찌감치 다른 일을 찾는 게 낫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추억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 모두 매우 목적 지향적인 감독이었어요. 히딩크는 선수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제어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외부와 갈등을 만들어가면서 선수들을 뭉치게 했죠.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에는 전지훈련 때 장거리 이동이 반복돼 비판했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죠. 나중에 독일에서 대회를 치러보니 이동을 반복한 것 자체가 하나의 훈련이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팬들의 기대가 높지 않더군요. 하지만 언제 한국 축구가 예상대로 됐던 적이 있던가요. 신태용 감독은 아주 영리한 사람입니다. 실전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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