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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막판까지 美에 제재 해제 공동성명에 넣자고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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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정상회담 전날까지 미국에 제재 해제 명기 요구"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1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대북 제재 해제는 비핵화 이후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비핵화를 뺀 채 북·미 관계 개선에 따른 제재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북·미의 후속 비핵화 협상에서 제재 해제 문제가 현안이 될 전망이다.

방한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순서(sequencing)에 대해 매우 명확히 했다. 완전한 비핵화, 그 이후에만 제재가 해제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런 입장을 밝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순서를 명확히 했다”고 알렸다. 또 “과거에는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경제적 보상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우리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완료하는 시점과 관련, 긴급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것들이 유엔 제재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재를 풀려면 빨리 비핵화가 돼야 하고, 김정은 역시 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한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2년 반 동안에 주요 비핵화와 같은 것이 달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비핵화가 상당히 진전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의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라는 점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정상회담 이후 내놓은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 발표에는 비핵화의 시간표나 검증에 대한 언급은 없다. 조선중앙통신은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북·미) 관계 개선 진척에 따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를 제제 해제의 조건으로 연결시키지 않았다.

복수의 대미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전날 이뤄진 막판 접촉에서까지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제재 해제를 담자고 요구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지, 미국인 억류자 3명 석방,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성의 있는 행동을 보였는데, 미측은 이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응답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측 역시 CVID도 명기하지 못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을 공동성명에 넣는 것을 수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미 소식통은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마지막 실무협의가 11일 자정을 조금 넘겨 끝났는데, 이때까지도 미국은 CVID를, 북한은 제재 해제를 관철하려 했다”며 “뒤이어 양측이 각기 심야회의를 거쳤고, 두 정상이 만나 최종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북·미 정상회담 때 나왔던 공동성명은 양측이 타협한 결과였던 셈이다. 대신 양측은 공동성명 말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고위 관료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갖도록 한다”고 명시해 이행에 동력을 붙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대북 제재를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세해 대북 제재 해제를 공개 요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중국으로 건너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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