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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마다 한방' 한국 골프 차세대 주자 임성재 첫 메이저 출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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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김시우(왼쪽), 박성준(오른쪽)과 연습라운드를 하는 임성재. [AP/Julie Jacobson=연합뉴스]

지난 11일 김시우(왼쪽), 박성준(오른쪽)과 연습라운드를 하는 임성재. [AP/Julie Jacobson=연합뉴스]

페코닉 만에서 몰려온 비구름이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을 뒤덮었다. 스무살 임성재는 그 비바람을 반팔 비옷으로 버틸 정도로 젊었다. 반면 빗방울이 얼굴 솜털에 맺혀 앳된 모습도 엿보였다.

US오픈에 참가하는 임성재는 “첫 메이저대회여서 가슴이 벅차다. 다른 대회 코스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한국 골프의 차세대 거포로 꼽힌다. 올 시즌 미국 PGA 투어의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신인으로 개막전에서 우승했다. 만 19세 9개월 17일로 웹닷컴 투어 사상 제이슨 데이(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 우승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임성재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준우승했다.

현재 상금랭킹 1위로 내년 PGA 투어 입성을 사실상 확정했다. 평균 타수도 1등이다. 미국 골프계에서는 임성재를 두고 일본 최고 선수로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마쓰야마 히데키와 비교하기도 했다.

임성재 [성호준]

임성재 [성호준]

웹닷컴 투어 최고 선수인 임성재는 US오픈 지역 예선도 1등으로 통과해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임성재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US오픈 예선 36홀 동안 승부가 안 나 8개 홀 연장을 벌여 아깝게 떨어졌는데 이를 만회해서 더 신난다”고 했다.

임성재는 제주 출신이다. “골프하기에 제주도는 좋은데 적당한 코치를 만나지 못해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지로 올라왔다”고 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김봉주 경기도 골프협회장은 “몸이 유연하고 멘탈은 박인비 같은 선수”라고 말했다.

고교생이던 2016년 임성재는 프로로 전향해 한국과 일본 투어 출전권을 동시에 땄다. 양쪽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에서 75등, 일본에서 59등을 했다. 국내 투어에는 5경기만 출전하면서 얻은 기록이다.

프로가 된지 얼마 안됐지만 드라마틱한 점이 많다. 임성재는 “일본 투어에 처음 가서 엄청 헤맸다. 신인은 초반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조건부 출전권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경기 출전 자격이 없어지는 마지막 경기에서 4등을 해서 다음 경기에 나갈 자격을 얻었다. 그 다음 경기에서 또 10위 안에 들어 조건부 출전 자격을 찾았으며 이후 더 큰 경기에서 11등을 해서 풀시드를 땄다”고 말했다.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위기의 순간에 임성재는 나이답지 않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임성재는 2017년에도 국내 투어에서 53위, 일본에서는 12위를 했다. 역시 국내 투어엔 5개 대회만 나왔다.

웹닷컴 투어 자격을 따던 지난해 말에도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다. 1차 Q스쿨 탈락 위기였는데 마지막 날 8언더파를 쳐서 턱걸이했고, 2차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1언더파 35위로 힘겨운 듯했지만 마지막 날 또 8언더파를 쳤다. 3차 대회에서는 3라운드에 무려 60타를 쳤다. 위기 혹은 찬스마다 8언더파 같은 ‘큰 거’ 한 방을 날리면서 살아났다. 임성재는 웹닷컴 투어 개막전 우승으로, 또 US오픈 예선 1등으로 이런 클러치 능력을 증명했다.

임성재(오른쪽)와 김시우. [AP=연합뉴스]

임성재(오른쪽)와 김시우. [AP=연합뉴스]

임성재는 14일 밤 9시35분(한국시간) 10번 홀에서 출발한다. 올 US오픈은 코스가 어렵고 비교적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스무 살 임성재가 어떤 경기를 할지 주목된다. 결과가 어떻더라도 앞으로 많은 메이저대회에 참가할 임성재의 첫 경기로 의미가 있다.

뉴욕=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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