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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독재 정권에 정당성” … 공화당도 “상어에 먹이 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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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둘째)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사진을 13일 자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둘째)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사진을 13일 자에 게재했다. [연합뉴스]

6·12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미국 정계의 싸늘한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3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실속을 챙긴 쪽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란 비판이다.

민주당 “북한만 구체적인 것 얻어 #허점 커 북한 핵미사일 지나갈 수준” #공화당 일부 “비핵화 역사적 첫 단계” #한·미훈련 중단 발언도 평가 엇갈려 #“김정은만 실익” “신뢰 구축의 일환”

미 의회 한국연구모임의 공동 의장인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VOA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미국은) 체제보장 등 섣부른 양보나 보상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난 것은 긍정적인 행보”라면서도 “(북·미 협상은) 긴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라 의원은 이어 “북한은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떤 구체적 조처를 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취할 때 미국은 제재 완화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얘기할 수 있으며 그 전까지는 모든 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북한과의 협상 중에 한·미 연합훈련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 의회 내에서도 북·미 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고 VOA는 전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독재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한 처참한 실패”라고 규정한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은 “비핵화를 향한 긴 여정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것은 모호할뿐더러 검증 가능하지도 않다”며 “반면 북한이 얻은 것은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김 위원장의 회담 요청을 수락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잔인하고 억압적인 정권에 국제적인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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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 역시 “이번 공동성명은 허점이 너무 커 북한의 핵·미사일이 뚫고 지나갈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는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도 “도살자인 김정은을 설득하는 것은 마치 상어에게 손으로 먹이를 주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반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번 회담은 중요한 협상의 역사적인 첫 단계였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의 목표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계속 힘을 실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워싱턴 외교안보 전문가들 역시 “이번 공동성명은 과거 북한과의 합의에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고 VOA는 전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한국과 일본·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을 기대했지만 이번 회담에선 그런 대답은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장황한 설득이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북·미 정상 간의 첫 만남은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회담의 승자는 김정은”이라며 “(그는) 여전히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다. 잠재적으로는 미국의 군사훈련까지 중단하게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의) 신뢰 구축의 일환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협상이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언제든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VOA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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