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정의 부자 따라잡기] 한국 증시, 금리 인상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8.06.13 16:32

업데이트 2018.06.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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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몇 개월째 횡보세를 계속하고 있다.

증시 횡보세 방향 잃은 금융자산
투자자 불안은 미국 금리 인상

경기회복 따른 금리 상승, 증시 호재
기업 이익 보고, 채권보다 주식 투자

이런 상황은 금융 자산이 방향성을 잃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횡보 시장 자체가 갈피를 못 잡는 투자자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최근 투자자의 반응을 들어보면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변수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이 긴축에 들어가면 시장의 자금이 회수되고 그러면 주식시장은 하락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채권에 투자해야 할까. 역설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엔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채권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은 금리 인상 때문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금리 인상 후에 경기 침체가 왔을 때 추세가 바뀌었다.

투자는 크게 주식 투자와 채권 투자로 나눌 수 있다. 자산을 투자해서 약속된 이자를 받을 것인지(채권), 이익을 가격 지표의 흐름에 맞길 것인지(주식) 두 가지 중의 선택이다.

은행의 정기예금도 큰 틀에서는 채권이라 볼 수 있다. 어느 시기에 주식에만 투자해야 한다거나, 채권에만 투자해야 한다거나 그런 원칙은 없다.

다만 경기 확장 국면이라면 주식 투자가 유리할 것이고 경기 침체국면이라면 채권 투자가 유리하다는 것은 대부분 투자자가 기초 상식으로 알고 있을 내용이다.

지금 세계 경기는 확장 국면인가, 침체 국면인가. 답을 안다면 좋겠지만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 또한 많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에 앞서 현재 한국 투자자가 처한 상황부터 살펴보자.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 삼성선물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추이. 자료: 삼성선물

주식 투자는 선진국의 자금 회수가 불안한 상황이라 꺼려지고, 채권 투자는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서 망설여진다면 금융 자산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이런 불안감이 결론적으로 금융 자산의 단기 부동화로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금융 자산이 방향을 못 잡고 단기 자산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코스피는 오랜 기간 횡보했다. 이것은 방향성을 읽고 방황하는 한국 금융 자산을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적을수록 시장의 밸류에이션(적정 가치 대비 가격)은 낮아진다. 대한민국 대표지수인 코스피는 기업의 투명성이나 기업의 이익 규모에서 선진국과 여러 신흥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원인을 지정학적 위험이나 낮은 배당 성향 등에서 찾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방향성 잃은 금융 자산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대상이 주식이든 채권이든 간에 투자 기간이 길다는 건은 비유하자면 물이 깊다는 의미다. 깊은 물에서는 크고 작은 많은 물고기가 활동할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대로 얕은 물이라면 많은 물고기가 제대로 살 수 없다. 물고기의 활동이 바로 밸류에이션이다.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없는데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가 없다.

시중 금융회사에서 거래되는 회사채를 보면 만기가 2년 이상 되는 채권은 거의 없다.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전자단기사채(종이 같은 실물이 아닌 전자 방식으로 거래되는 만기가 짧은 채권) 거래가 활발하다.

주식 투자도 1년 이상의 안목으로 투자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20%가량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자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공모펀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 수익률. [자료=CNBC]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 수익률. [자료=CNBC]

한국 금융시장은 선진화된 금융 시스템을 갖추고도 자산은 단기 시장에만 몰려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주가지수의 밸류에이션은 계속 저평가 상태에서만 머물 것인가. 결론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면서 부동산 펀드와 일부 신탁상품 가운데 5년 이상의 장기간 상품이 투자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기업의 배당 성향 상승,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장기 보유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특히 해외 투자의 증가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투자자가 해외에 투자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국내 투자할 때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다. 해외 투자의 증가세는 국내 투자자 역시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게 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거라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세계 경기가 확장 국면이라면 코스피 지수는 오를 수 있다. 국제 원유 가격이나 원자재 시장의 강세를 보면 아직 경기 침체를 논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겁먹고, 인상하니까 놀라고, 추가 인상을 또 두려워하고. 이제 그만 금리의 악몽에서 벗어나자. 어느 국가도 경기가 나빠지는데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 금리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른 기업의 이익 변화가 시장을 더 정확히 볼 수 있게 하는 변수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기 상황은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가 유리한 상황이다. 약속된 이자 소득을 받다가 가격 지표의 흐름에 이익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때론 용기가 필요한 일인 듯하다.

단단한 땅 위를 걷던 사람에게 갑자기 물에 들어가 헤엄을 치라면 당황할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국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분명 변화가 시작됐고 진행 중이다.

이노정 재송

이노정 재송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삼성동PB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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