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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한 펜 두고 김여정이 건넨 펜으로 서명한 김정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후 1시 42분(현지시간)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의 목표를 담은 포괄적인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날 합의문 서명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리 준비된 펜 대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건넨 펜으로 사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서명식에 앞서 북측 경호원은 흰 장갑을 끼고 김정은이 앉을 책상 쪽으로 향했다. 북측 경호원이 김 위원장이 사용할 펜을 소독약까지 뿌리며 꼼꼼하게 닦았지만, 김 위원장은 김 부부장이 건넨 펜으로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북측경호원이 흰장갑을 끼고 김 위원장이 사용할 펜을 꼼꼼하게 닦고 있다. [AP,로이터=연합뉴스]

북측경호원이 흰장갑을 끼고 김 위원장이 사용할 펜을 꼼꼼하게 닦고 있다. [AP,로이터=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AP,로이터=연합뉴스]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과 서명 후에 공개한 공동합의문 [AP,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 앉은 직후, 김여정이 뒤에서 다가오더니 주머니에서 직접 펜을 꺼냈다. 김정은은 김여정이 건넨 펜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런 모습은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되풀이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남북한 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1층에서 방명록을 작성할 때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건네준 만년필을 사용했다. 우리측이 북측의 요구에 따라 미리 사인펜을 준비해 뒀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준비해온 펜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준비해온 펜을 전달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김정은이 사전에 준비된 펜을 놔두고 김여정이 가져온 펜을 쓴 것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신변 위협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김정은이 여동생의 펜을 받아 사용했다”며 “펜에 독이 있는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신변 안전에 완벽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측은 김정은을 삼엄하게 경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날 오전 9시 29분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동안 북측 경호원 두 명이 평화의 집에 들어갔다. 이 중 한 명은 방명록이 놓인 책상의 의자에 분무기로 소독약을 뿌리고 흰색 천으로 등받이, 팔걸이, 다리 등을 닦았다. 이 경호원은 방명록도 헝겊으로 닦고 펜까지 깨끗이 닦았다. 다른 한 명은 검은색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 의자와 책상 쪽에 갖다 댔다. 폭발물이나 감청 장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오전 9시 40분께 평화의 집에 도착해 경호원들이 소독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방명록에 놓여 있던 펜은 사용하지 않고 김여정이 건네준 펜을 썼다. 김정은은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 4. 27”이라고 적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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