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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쟁 곧 종식 희망"…북미공동성명엔 문구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쟁이 곧 종식되기를 희망한다”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한반도가 초토화되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정전협정에 서명했지만 지금까지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법적으로 정전 상태인 현 상황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다.

북한 비핵화 진전과 맞물린 사안 #7월 말 판문점 3자 선언 구상도

12일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12일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하지만 사상 첫 북ㆍ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한국 전쟁의 종결에 대한 명시적 표현은 빠져 있다. 6ㆍ25 전쟁과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4개항으로 구성된 합의 사항 가운데 마지막 부분이다.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항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6000여구의 유해가 송환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성과를 강조했다.

공동성명에는 또 “한반도의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으나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 문구는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6·25전쟁) 종전을 위한 합의에 서명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명할 수 있다”고 답해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 종전선언 추진 합의가 나올 것이란 예상을 불러일으켰다.

 향후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진전에 따라 종전선언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북·미 공동성명에 ‘새로운 북·미 관계 설정’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때 싱가포르 회담장에 합류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정부가 종전선언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시간에 쫓긴다거나 타임테이블에 제약을 두지는 않는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남·북·미 정상선언을 향한 환경이 조성되면 언제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도 종전선언 관련 언급이 있었고 싱가포르 회담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종전선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종전선언 시기와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했던 당일인 7월27일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이다. 또 하나는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종전선언 성사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의지와 속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또하나의 변수는 중국이다. 자국을 배제한 3자 종전선언을 중국이 곱게 볼 리 없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고위급 외교 경로를 통해 3자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중국측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중국이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표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노골적인 차이나패싱이 아니냐”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싱가포르=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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