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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차기 회장 '깜깜이 선출' 논란…불만 커지는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스코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깜깜이 선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후보로 언급되는 포스코 내부 인사와 외부 추천 인사 모두, 서로 다른 이유로 선정 과정에 불만을 가지면서 내홍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2일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과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회장 후보를 5명 안팎으로 압축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5배수 후보군에 어떤 인물들이 포함되는지, 어떤 이유로 후보군에 남았는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는 4년 전 전임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5배수 후보의 실명과 선정 이유를 공개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카운슬이나 이사회는 정해진 규정 안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포스코가 관여할 수 없고, (비공개 같은)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승계 카운슬과 이사회에 속한 복수의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했으나 이들은 "비공개 방침에 따라 (선정 과정과 결과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5배수 후보 압축 결과, 선정 이유 공개 안 하기로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중앙포토]

포항제철소 산소공장. [중앙포토]

외부 추천 인사들은 포스코가 지난해 말 신설한 규정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 카운슬에서 후보를 압축할 때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포스코는 '외부인사의 경우 사외이사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지난해 11월 새로 만들었다.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5명 이상이 찬성해야 후보가 될 수 있다. 이전에 '몇 분의 몇' 규정이 없어 외부 후보가 난립했다는 논리로 생겼다. 포스코 측은 "내부 인사는 경영성과와 활동을 통해 손쉽게 검증할 수 있지만, 외부 인사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엄선하기 위해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포스코 일각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를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게 하려고 총대를 멨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외부 인사들은 "문턱을 턱없이 높여놨다"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막판에 "내부 인사 추가로 추천해 달라" 논란 

내부 인사들은 승계 카운슬이 갑작스레 후보를 추가로 추천받겠다고 나선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승계 카운슬은 후보 압축을 하루 앞둔 11일 헤드헌팅 업계에 "전직 포스코 임원을 포함한 외부 후보를 추가로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후보들 사이에는 "청와대나 정권 핵심부가 미는 후보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 "이미 내정해 놓고 구색 갖추기 위한 페인팅(속임 동작)"이라는 분석이 갈리고 있다. 12일 열린 승계 카운슬과 이사회에서는 새로 추천받은 인물의 검증 작업도 진행됐다. 여기에는 현직인 조청명 포스코 플랜텍 대표이사를 포함해 복수의 후보가 막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부' 인사가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포스코 50주년 엠블럼. [사진 포스코]

포스코 50주년 엠블럼. [사진 포스코]

현재 업계에서는 5인에 포함될 유력 후보로 외부 인사 중에는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 내부 인사로는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등을 꼽는다.

향후 일정은 승계 카운슬이 5배수로 압축된 후보를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제안하면 추천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 일정은 14~15일로 알려졌다. 이어 22일께 최종 압축된 2명의 후보를 상대로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단일 후보를 정한다. 1인 후보는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와 7월 주주총회 인준을 통해 새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다.

현재 김주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이사, 김신배 전 SK부회장, 정문기 성균관대 교수, 장승화 서울대 교수,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포스코 사외이사다. 승계 카운슬은 이중 장 교수와 김 전 장관을 제외한 5명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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