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연이지만 앙상블 문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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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공연을 갖게 돼 무한한 영광입니다.』
3백30년의 코메디 프랑세즈 사상 처음으로 한국공연(9월1∼2일 오후 7시30분 서울세종문화회관 『서민귀족』)을 갖는 「롤랑·베르탱」씨(58·「주르댕」역)와 「도미니즈·블랑샤르」씨(61·「주르댕」부인역)는 그들이 펼쳐보이는 연기의 앙상블을 기대해달라는 듯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연극배우 경력면에서 쌍벽을 이루는 이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기는 이번 작품이 처음.
83년부터 코메디 프랑세즈의 단원이 된 「베르탱」씨는 프랑스 거의 모든 연극 대작들에 출연했으며 TV와 영화에도 출연했다.
한편 「블랑샤르」씨는 「몰리에르」 희곡을 현대극화 하는데 큰 기여를 한 연출가 「루이·주베」에 의해 발탁, 18세 때 『여인학교』에서 「아네스」역을 맡아 열연하면서 주가를 인정받은 배우다. 그는 특히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6월 연금수혜자로 코메디 프랑세즈에 들어갔는데 이들은 『함께 공연은 안해 봤지만 알고 있던 사이라 별 어려움은 없다』고.
「베르탱」씨가 맡은 「주르댕」역은 돈 많은 서민이 자신의 신분을 뛰어넘어 귀족이 되기 위해 애쓰는 역할. 『나이가 많고 학문적 소질도 없는 「주르댕」이 배우려는 욕구는 높아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이 또한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안다는 것, 즉 지식은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베르탱」씨는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복한 「주르댕」』을 표출하는 것이 자신의 연기가 노리는 점이라고 했다.
『약간 돈 듯한 남편을 두어 늘 노심초사하는 아내가 제 역이지요.』
「블랑샤르」씨는 『「주르댕」부인역은 프랑스적 양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염이 대단.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통칭되고 있는 코메디 프랑세즈를 『연극의 문외한이라도 한번쯤은 공연을 보고자한다』는 말로 대신한 이들은 『1백% 대사전달이 관객에게 이뤄지지 않는 한계가 있지만 「몰리에르」의 작품구성이 워낙 탄탄해 언어의 장벽을 충분히 뛰어 넘을 것』이라며 은근히 뽐냈다(연극공연 때 불어대사는 한국어로 번역돼 자막으로 관객에게 비쳐 진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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