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화학이야기

황사, 중국만 탓할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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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황사가 고약하고 심각한 것은 분명하다. 누런 흙먼지는 사람과 가축의 호흡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정밀기계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황사가 중국에서 불어온다는 이유만으로 외교적 마찰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황사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태풍에 대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

황사는 중국 내륙의 건조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황토 먼지다. 온실 기체인 수증기가 거의 없는 건조 지역의 땅은 뜨거운 태양열 때문에 쉽게 달아올라서 강력한 회오리바람과 함께 거대한 황토 먼지를 일으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황토 먼지가 대류권의 상층부로 올라가서 빠른 편서풍(제트 기류)을 타고 옮겨오는 것이 바로 황사다. 그런 모래바람은 사람이 지구상에 등장하기 전부터 있었던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화학적으로 황사는 발원지의 토양과 마찬가지로 실리콘(규소)의 산화물에 여러 가지 금속 이온들이 포함된 다공성(多孔性) 입자다. 그런 황사에 들어 있는 금속 이온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황사 발원지의 천연 황토에 들어 있던 것이다. 천연 황토의 성분을 오염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사실 매년 한반도에 떨어지는 20만t에서 50만t에 이르는 황토 먼지는 산성화되고 있는 우리 농지를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중국의 산업화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황사와 함께 날아온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강한 바람이 불면 대기 중의 오염물질은 넓은 공간으로 빠르게 확산돼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황 산화물 때문에 이번 황사가 더 '매웠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은 성급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가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 경우에는 중국의 오염물질이 확산되지 않은 상태로 우리나라를 향해 고스란히 옮겨오기 때문이다.

황사는 아시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먼지바람은 풀이 자라지 않는 건조 지역에 인접한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누가 우리를 괴롭힐 목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황사를 '테러'라고 부르면서 손해배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황사 때문에 훨씬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중국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겨야 한다. 수도 베이징(北京)까지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불편은 거론하기도 미안한 형편이다.

풀뿌리까지 먹어 치우는 양을 방목하는 것이 황사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가 더 큰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그 원인은 아무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자연환경에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애쓰고 있는 유목민들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수단을 마련해주기 위한 인도적인 지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기상청의 실수에 대한 지나친 질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놀랍게 발전한 과학과 기술 덕분에 자연현상을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 능력에 대한 과신(過信)은 공연한 불만만 키울 뿐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인도적인 고려가 필요한 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