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된 구직자들 “왜 직원이 그만둔다고 생각하나요?”

중앙일보

입력

[사진 SBS 스페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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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통계청이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8%로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였다. 100여 개 넘는 이력서를 넣는 것은 기본이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구직자가 면접자로, 면접자가 구직자가 된다면 서로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10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3명의 회사 임원들은 면접자가 돼 ‘왜 우리 회사를 와야만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꼰대’ 기질은 쉽게 버리지 못해 구직자들의 마음을 잃었다. 하지만, 6명 구직자의 마지막 선택은 반전이었다.

“신입사원들이 왜 조기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진 SBS 스페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사진 SBS 스페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저가 항공사 경영본부 상무 김형이씨는 “쉽지 않은 일에 대해서 준비가 덜 되지 않았나. 본인 진로에 대해서 확신이라든지 열정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 이유를 구직자들의 노력 문제라고 답했다.

김씨는 “과연 이 일이 내가 정말 일하면서 즐거운 일인지에 대해 자기반성이 있었나, 라는 생각을 먼저 묻고 싶다”며 “당장에 취업이 급해서 내가 여기를 들어가야 하는 건지 직업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없으면 현장에서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조기에 그만둔) 친구들은 열정이 부족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면접관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혹시 20대 자제분이 없나요?”라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막상 당하니까 기분 안 좋네요”

[사진 SBS 스페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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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차 면접에서 “경영진 중 여성임원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아직 없습니다”고 답했다. 면접관은 재차 “아직 전혀 없습니까?”라고 물었고, 김씨는 “네”라고 말했다. 면접관은 “알겠습니다. 그럼 후속 질문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을 잘랐다.

김씨는 이후 속마음 인터뷰에서 “제가 얘기를 하는데 ‘자 됐습니다’하고 자를 때 그런 부분들이 보통 회사 면접에 있는 현상이기는 한데 막상 당하니까 별로 기분이 안 좋았다”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면서 “어린 학생들, 동생들한테 내가 지금 무슨 푸대접을 받고 있는 거지?”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결과는 6명 중 3명의 선택을 받은 이 기업, 이유는

[사진 SBS 스페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사진 SBS 스페셜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다른 두 명의 면접자들에 비해 가장 ‘꼰대’로 평가받았던 김씨의 회사는 그러나 마지막 선택에서 6명의 면접관 중 3명의 선택을 받았다. 한 명은 다른 회사를 선택했고, 두 명은 최종 선택을 포기했다.

김씨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복지로 “솔직하게 무엇보다도 저는 돈이라고 생각한다”며 “올여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에 한해 저희가 우리사주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영업이익이 나오면 그 영업이익의 20%를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예산으로 잡고 2014년부터 지급해왔다”며 “이런 것들이 가장 큰 복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회사는 ‘경영진 만족도’ ‘업무의 삶의 균형’ 등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급여 및 복지’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씨의 회사를 선택한 한 면접관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위 말해 ‘열정페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에 반해 김씨의 기업은 직원들의 노고에 최대한 감사하기 위해서 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했다”며 “어차피 다 꼰대라면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철저하게 해주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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