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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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과 20일도 안돼 올림픽을 치를 나라답지 않게 세상이 온통 뒤숭숭하다. 기자테러, 방송파업, 극우논란 등으로 밝은 면보다는 어둡고 불안한 면이 더 많이 표출되고 각종 갈등요인이 계속해 분출하고 있다.
그래서 이 땅의 올림픽이라는 몇 세대에 걸쳐 있을까 말까 한 역사적이고도 거대한 행사에 대해 국민적,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지 못하고 이 큰 행사에 임박해 응당 있어야 할 축제의 분위기 역시 별로 조성되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서울 올림픽은 누가 어떤 입장에서 뭐라고 평가하든 우리로서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야 할 국가적 대사요, 국민적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행사다.
이제 성화가 이 땅에 타오르고 전국을 누비는 봉송 길에 오른 만큼 올림픽의 공식행사는 벌써 시작됐다.
비록 사회분위기가 어둡고 신명이 안 난다고 할지는 모르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세계인에 대해 자랑스럽게 치르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정성과 관심은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 우리 국민이 전에 올림픽을 치른 어느 나라 국민에 못지 않은, 아니 훨씬 더 우수하고 저력 있는 국민임을 세계에 보여주는 노력에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올림픽이라고 하여 나라와 국민의 어떤 일이라도 중단되거나 희생되는 경우가 있어서 안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이나 짜증이 일어날수 있고 실제 일상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도 되는 실정이다. 가령 일반시민은 교통불평을 더 겪게 되거나 접객업소 같은 곳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심한 관청의 간섭을 받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불편이 지나치게 도를 넘지 않는 한, 그리고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이해되는 한 좀 참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
당국은 물론 올림픽을 앞세워 국민에게 지나친 불편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히 신경을 써야 한다.
올림픽 때문에 생업을 못하게 한다거나, 우리 모습을 우리 모습대로 떳떳이 보여준다는 자긍 없이 하루 아침에 겉만 요란하게 치장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사회적 평 온이다.
어느 나라 선수단의 임원이 자기나라 선수들은 최루탄 냄새를 맡으면 전혀 힘을 못쓰니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재삼 강조하더라는 데 실제 올림픽 중에 최루탄이 터진 대서야 올림픽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최루탄이 아니더라도 올림픽에는 마라톤 같은 경기를 위시해 안전에 취약한 행사가 많다. 최소한 올림픽기간 중에는 이런 최루탄이나 안전문제가 걱정거리가 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연세대총학생회 같은 데서는 올림픽기간 시위를 자제키로 결의했다는데 이는 학생들의 성숙된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각계에서 모두 이런 성숙된 자세가 나와야 한다. 가령 올림픽을 빌미로 또는 볼모로 삼아 뭔가 요구하거나 주장을 관철하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랫동안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TV, 신문 등 이 연일 대량 보도함에 따라 식상해 하는 국민도 있을 수 있고 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다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자존심을 살리고 올림픽을 나라의 큰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훌륭한 서울올림픽」을 만드는 노력에 모두 흔연히 동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제 빨리 조성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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