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쾌변만화 알타리써비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인터넷에서 엽기만화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가 메가쇼킹(본명 고필헌.29)이 첫 단행본'쾌변만화 알타리써비스'(서울문화사.9천원)를 펴냈다.

인물의 그림체가 변태를 연상시키고, 방귀나 배변 같은 소재와 비속어 사용을 마다 않는 점에서 다소 엽기적 이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만화의 재료가 실은 누구나 일상에서 느낄 법한 자잘한 상념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체의 엽기적인 외피와 달리 곁들여진 짧은 글은 세심하고도 소심한 만화가의 내면을 곧잘 보여준다. 한 컷의 만화와 짧은 글이 한데 묶여야 비로소 온전한 한 작품이 된다는 점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에세이 만화의 흐름과도 닮아있다.

인터넷(www.altari.net)에서 그의 만화를 즐겨본 독자가 아니라면 역으로 이 책이 요즘 네티즌들의 취향을 이모저모 짐작해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셈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만화가들처럼 메가쇼킹 역시 출판사의 공모전 등을 거치는 대신 스스로 데뷔했다.

한식조리사 일을 하다 뒤늦게 만화를 그리기 시작, 영화를 패러디한 만화'카툰불패'를 통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메가쇼킹이라는 필명도 그런 초기에 독자가 붙여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만화에 대해 "엽기.코미디. 변태, 어떻게 불려도 상관없지만 한 차례 웃고 난 뒤 카타르시스나 감동이 남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작품에 붙인 수식어는 책제목에서 보듯 '쾌변만화'다.

"순정만화가가 연애 못하고, 액션만화가가 액션 못하잖아요. 쾌변만화가라고 일상이 다 쾌청할 순 없죠." 자신이 그렇듯, 독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체증을 한차례씩 밀어내는 쾌감을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소망이다.

참고로, 요즘 젊은 만화가들이 다 욕심쟁이인 것처럼 그도 꿈이 많다. 조리사 경력은 선볼 때를 대비해 아껴두겠지만, 괴수가 나오는 B급 영화를 잘 만드는 영화감독이 돼보고 싶다고 했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