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범죄에 국민들 경악|중앙경제 오 부장 피습사건의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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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 피습사건이 「현역군인들의 조직범행」으로 진상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사건발생당시 보다 더 큰 충격을 던지며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고있다.
범인들의 범행동기가 알려진 대로 오 부장의 『월간중앙』 8월호 칼럼 「청산되어야할 군사문화」라면 이번 사건이 바로 그 계기가 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방위에 성실한 대부분의 군인들에게까지 누를 끼친 이번 사건은 철저히 밝혀지고 추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은 국가유지의 최후보루여야할 군의 일부조직이 저지른 시대착오적인 범죄행위에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으며 사건 전후 군당국이 보여준 여전한 반응에도 의심과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군당국은 사건발생 직후범행에 사용된 승용차가 예하 정보부대 소속으로 확인됐는데도 「사건과 무관하다」는 당해 부대의 보고만을 믿고, 또 믿으려하면서 사건을 덮고 있다가 발생 후 20여일 만에야 여론에 밀려 수사에 나섰고 그것도 중앙일보사에 온 결정적 제보에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소령 등이 소속된 제5616부대는 『우리 애들이 일을 하면 그리 어수룩하게 했겠느냐』 고까지 말하며 범행 관련을 시종 부인해 왔었다.
지금에야 군당국자는 『하급부대의 실상을 자세히 알기는 어차피 어렵다』며 『부하들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지휘·통제상의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또 사건을 은폐·조작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사불란해야할 군의 지휘체계와 기강에도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인 부인주장으로 사건발생 2주일여를 넘기던 군당국은 의혹의 눈길이 그래도 갈수록 군으로 모아지는 등 여론이 비등하고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될 기미가 보이자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했다.
만의 하나 군인의 범행임이 드러날 경우 군전체의 명예와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에 결정적인 손실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진실은 밝혀야 하고 밝혀질 수밖에 없다』 는 내부의견도 많이 작용했고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권인숙양 성고문사건까지 거론됐다는 것이다.
결국 오자복 국방장관·이종구 육군참모총장 등 군지휘부는 사건발생 20여일만인 24일 군경합동수사를 포함한 전면 재수사를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군의 범죄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뒤늦게나마 사건해결의 의지를 갖고 군 스스로 범인을 색출해냈다는 점은 영구미제로 남아있는 60년대의 테러와 비교할 때 그나마 다행이며 「발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 확실히 규명돼야할 의혹은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박 소령 등의 범행이 그들의 단독행위인지, 아니면 지휘관등의 사주·선동 및 방조가 있었는지 ▲사주 등이 있었다면 어느 선까지인지 ▲직접관련이 없더라도 해당부대의 지휘관등이 사건을 알면서 은폐·묵인했는지 여부 등은 물론, 군최고 지휘부가 이 같은 정황을 과연 알고 있었는지 등도 가려져야 한다. 또 이 같은 특수부대를 포함한 군조직의 기강 확립·관리문제도 관심이 모아져야 할 문제다.
사건에 따른 문책도 남은 과제다.
범인들이 체포된 직후 박 소령의 직속상관을 비롯한 당해 부대장은 이미 「책임을 지겠다」 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사건의 성격과 장관인책 해임주장까지 펴고 나선 야당의 공세 등에 미루어 「책임」 의 성격과 범위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백주테러, 특히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이번 사건을 보는 국민들의 질타를 군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군의 자체쇄신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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