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올림픽 이후의 한반도와 중국 |남북관계 개선이 북경 행 지름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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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노태우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경을 방문, 한중 외교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노 정무는 특히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이후 90년대에는 중국 대륙시장을 개척하여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제 경쟁에서 보호무역의 장벽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같은 노 정부의 적극적인 중국 접근정책에 대해 중국의 대한 반도정책은 어떠한 것인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한반도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북한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대한 요소가 된다.
중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자주적·민족 대 단결의 통일 3대 원칙을 일관성 있게 지지해왔으며 이 맥락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해서도 북한 입장을 지지해왔다.
한국의 대 공산권 접근 외교는 73년의 6·23선언에서 비롯됐으나 15년간이나 흘렀지만 관계개선을 이루지 못한 현실에서 볼 때 제6공화국의 북방 외교가 성공할 수 있겠는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 대한 관계 개선이 없이 중·소·동구에 대한 관계개선이 이루어 지겠는 지의 문제를 제기하여 보는 것은 올림픽 이후에 전개될 한·중국 관계 개선을 전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측은 북경에 교역 사무소를 설치하고 중국과 직접 교역을 기대하고 있으며 교역 사무소를 좀 더 발전시켜 연락 사무소로 격상시키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측이 기대하는 직교역은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면 중국 측은 외교관계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간접 교역을 추진시켜 중국이 필요한 공산품과 기술을 싸게 수입하고 또 한국의 투자 혹은 합자를 유치하겠다는 목적이 뚜렷하게 서 있다. 따라서 중국은 정경분리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제6공화국 출범 후의 중국 반응을 분석해보면 북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측면, 즉 외교적 승인과 유일 합법 정부라는 정통성의 인정 및 혈맹 관계의 유지 등을 지속시키는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 교류를 도모함으로써 정경분리를 기도하고있다.
중국의 조자양 총 서기는 88년 2월 27일『중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북한측의 모든 제안과 그 방안을 지원한다』고 분명히 말해 한중 관계 개선은 남북한의관계개선이 없는 한 중국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천명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 정치연구소의 포산 소장도 지난 4월초·동경에서『남북한간의 교차 승인이나 시차 승인은 현 단계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중한 관계를 더욱 개선하려면 북한측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무원 직속 국제문제 연구중심의 환향 사무총장은 지난 5월D일 한중과의 투자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공식으로 밝혔으며 중국근대화에 있어서 한국 경제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전기운 부수상은 지난 3월9일 한·대만과의 경제 협력에 언급하면서『앞으로 간접교역 뿐만 아니라 직접무역도 발전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한국 언론들은 한중 직교역은 시간문제라고 대서 특필했다.
일부에선 중일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있는 2, 3년간 경제교류도 부진상태였기 때문에 전부수상이「대만카드」와「한국카드」를 사용하여 중일간 관계 개선을 노리고 한 발설로 보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상당히 고조되고있으며 한국의 수출 지향적 경제 발전을 높이 평가, 한국의 성장 모델에서 무엇을 배우고 중국의 경제개방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문제를 다룬 논문들이 다투어 발표되고 있다.
중국의 대한 반도 정책 수립 목표는 한반도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키 위해 북한과의 맹방 관계를 지속시키며 평양에 대해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있다.
따라서 조자양 총서기가 84년 1월 워싱턴을 방문, 북한의 3자 회담안의 수용을 종용하였고 미국 기업인들이 북한의 합영법에 따라 북한과 왕래해 폐쇄된 북한 경제를 개방할 수 있게끔 협조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레이건」행정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결과로 북한은 소련에 접근하여 새로운 경제 및 안보 관계를 정립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84년 5월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 이후 북한과 소련의 경제 관계는 급진적으로 향상됐고, 북한이 소련으로부터 최신 장비와 무기를 공여 받게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중·북한 관계의 악화를 예측했었다. 그러나 김의 방소 1주일 전 금은당시 호요방 총서기를 초청, 방소 문제를 협의한 바 있다.
따라서 북경에서 보는 김일성의 외교노선은 친소 반중 외교가 아니라 중소분쟁 당시부터 선택한 자주 노선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은 올림픽이 끝나면 경제면에서 대 중국 접근을 더욱 더 진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정치와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경이나 워싱턴을 통해 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평양을 통하는 것이 직항로가 될지 모른다. 그것은 북경 지도층이 ,남북한의 관계개선이 없는 한 한중간의 관계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대미접촉을 하는데 모스크바나 북경을 경유하는 것보다는 서울을 통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남북통일의 직행로일지 모른다.<김일평·미코네티컷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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