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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진짜 담판은 가을?…2차회담 흘린 美의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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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도 전에 후속 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진원지는 미국 백악관이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6일(현지시간) “한 번의 회담, 한 번의 대화보다 더 있을 수 있다”며 “핵 협상에는 2번, 3번, 4번, 5번의 회담이 더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대면을 한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대면을 한다. [연합뉴스]

 6ㆍ12 싱가포르 회담이 끝이 아니라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말한 적이 있다.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직후(현지시간 지난 1일) “회담은 한 번만 진행된다고 절대 말하지 않았다”며 “(6ㆍ12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서로를 알아가는 회담이며 과정이자 시작”이라고 했다.

 이처럼 지난달 24일 회담 전격 취소까지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후속회담까지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아직 첫 만남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2차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스스로 높여놓은 기준을 사전에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흰 봉투에 들어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흰 봉투에 들어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처]

 여기에는 판문점 실무협의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각론에선 진전을 보이다가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합의를 명기하는 대목에선 이견을 보인다고 한다. 미국은 북측이 CVID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초기 비핵화 조치에 지체 없이 나설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북측은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 조치부터 내놓으라는 ‘단계적 동시적 조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회담을 하기도 전에 후속 회담을 거론하면서 일종의 안전망을 쳐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휴양지 마라라고 리조트. [AFP=연합뉴스]

트럼프 휴양지 마라라고 리조트. [AFP=연합뉴스]

 미국에선 2차 후속회담의 시점과 장소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면 아마도 가을에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후속 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겨울 휴양지로 즐겨 찾는 곳으로, ‘겨울 백악관’으로도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과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다.

마라라고 리조트의 화려한 내부. [마라라고 리조트 홈페이지]

마라라고 리조트의 화려한 내부. [마라라고 리조트 홈페이지]

 눈여겨볼 대목은 후속 회담의 시점을 가을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가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에 한창 매진할 때다. 미 정부 관계자가 굳이 ‘가을’로 시점을 흘린 배경엔 트럼프 대통령이 북ㆍ미 후속회담을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가을 후속회담은 고려해 볼만한 카드다. 9월엔 김정은 북한이 정권수립일로 기념하는 9ㆍ9절이 있는데, 올해가 마침 70년째다.

김정은 위원장이 1월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정은 위원장이 1월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과 함께 이 9ㆍ9절을 ”민족의 대경사“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가을은 가시적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타이밍이다. 가을 즈음에 트럼프와 다시 만나 담판을 지으며 경제지원을 이끌어내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결국 양 정상 모두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며 회담을 끌고 갈 공산이 없지 않다.
 전수진ㆍ유지혜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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