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관세감면 조치 싸고 상공부-재무부 정면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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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반도체· 컴퓨터· 항공기·통신 기기 등 기술 집약적 미래첨단산업에 관세감면혜택을 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상공부와 재무부가 정면으로 의견대립을 보이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상공부는 앞으로 우리 나라 첨단산업의 성쇠를 가늠할 문제인 만큼 첨단부문의 시설재 도입에 당연히 관세감면 혜택을 주어야한다는 주장인데 반해 재무부는 특정산업에 대한 특혜적감면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피차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세법 개정문제를 논의하려던 20일 산업조정 심의회가 연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산업조정심의 회 연기가 상공부 안병화 장관의 호주방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양쪽의 대립을 조정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두 부처는 22일의 당정협의회, 24일의 관세심의위원회를 거쳐 26일 산업조정심의위원회를 열기로 다시 스케줄을 깠지만 이 기간동안 조정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문제의 발단은 재무부가관세법 개정방향을 제시하면서 특정산업에 대한 특혜적 감면제도는 더 이상 존속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서 비롯되었다.
반도체·컴퓨터 등 미래첨단산업은 물론 84∼88년 5년 동안 시한부로 60% 관세를 감면해주던 기계 및 전자분야 84개 업종, 3백87개 물품에 대한 혜택도 내년부터는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무부는 일부 업종에 대한 감면제도는 관세행정상 복잡할 뿐더러 평형과 균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입장.
그보다는 기계· 전자 등 5백42개 물품의 관세율을 빠른 시일 내에 한꺼번에 내리면 관세행정도 간편해지고 감면혜택과 똑같은 효과도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공부는 재무부의 이 같은 복안에 대해 우리나라산업의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은 편의위주의 발상이라고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상공부의 설명에 따르면 반도체· 컴퓨터· 항공기· 통신 기기 등 미래첨단산업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30%에서 2천년 대에는 60%로 높아질 전망이다.
부가가치 면에서도 미래첨단산업은 2천10년까지 매년평균 11·8%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재래산업의 5·6%보다 높고 수출증가율도 13·1%로 재래산업의 6·1%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첨단산업의 밝은 미래에 비해 국내 기술수준은 일본에 비해서 만도 신소재 8·4년, 우주항공 8.3년, 생명공학 7·3년, 전자·정보 6·2년이 낙후된 실정이라는 것.
이 같은 낙후된 기술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미국·EC처럼 첨단산업 연구개발투자의 50∼90%를 정부가 지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시설재 도입의 관세혜택 조차 인색해서야 이 나라 첨단산업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게 상공부의 불만이다.
89년부터 91년까지 3년간 이들 산업의 시설재 수입예상액은 54억3천3백만 달러. 70%의 관세감면 혜택을 줄 경우 89년 한해감면액은 8백81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혜택은 첨단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주어야한다는 게 상공부의 주장이다.
두 부처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결말이 날지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관세법 개정문제는 앞으로의 산업정책과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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