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장애인의 날 … 177만 명에게 희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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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관련 단편 다큐멘터리 3편을 제작한 장애인영화제작팀원들이 18일 서울 상암 CGV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주연배우 송선희씨, 내레이터 이수정씨, 제작팀장 한명희씨. 신동연 기자

18일 오전 서울 성산동 CGV상암 인디영화관. 왜소증을 앓고 있는 한명희(40.여)씨 등 부산 한울장애인자활센터의 장애인 3명이 80여 명의 관객 앞에 섰다. 직접 만든 단편영화 3편의 상영에 앞서 무대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이들 작품은 모두 이 센터의 '영화 제작교실' 소속 뇌성마비.왜소증.지체장애인 10여 명이 지난해 제작.출연한 영화들. 그동안 구민회관이나 공원에서는 상영됐지만 복합영화관에서 선보이긴 처음이다. 영화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고 다닐까'는 비장애인 못지않게 자기 꾸미기에 열중하는 뇌성마비 여성의 이야기를, '장애인 스팀세차 다큐만들기 프로젝트'는 세차일을 시작하는 장애인의 모습을 다뤘다. '장애인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짧은 기록'은 남들처럼 사랑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싶은 장애인의 솔직한 고백을 담았다.

오전 1~2시까지 이어지는 고단한 작업을 견뎌내며 영화를 만든 것은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명희씨는 "일반인이 찍은 장애인에 대한 영화는 어둡고 힘든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장애인의 밝고 활기찬 모습도 있는데 그 에너지를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금이나 장비가 변변치 않아 어려움도 많았다. 녹음할 때는 마땅한 시설이 없어 조용한 장소를 찾아 한밤중에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열린 '메이드 인 부산 독립영화제'에서 기자들이 뽑은 '징검다리상'을 탔다. '어쩜, 저렇게…'의 주인공인 송선희(34.여.뇌성마비)씨는 "부산지하철에서는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며 웃었다.

장애인 단편영화 3편은 19일 오후 7시 부산 CGV서면에서, 20일 오전 11시 CGV상암에서도 무료 상영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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