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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자존심 접은 프랑스 … 충격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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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학계.학부모 단체들은 "영어교육은 단순히 제2외국어 습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본지의 지적에 전폭적인 동감을 표시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영어 강국'을 만들자는 주문도 잇따랐다. "모국어에 대해 병적일 정도로 자부심을 느끼는 프랑스조차 국가적 차원에서 영어교육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각계 인사들은 10여 년간 영어에 매달려도 '꿀 먹은 벙어리'격인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철저한 반성에서부터 새로운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영어 강국'을 위한 이들의 제안이다.

◆ 교육당국

▶김진표(교육인적자원부 장관)=영어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그 출발점을 학교에서 찾아야 한다. 영어 교사들의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교사 양성과 재훈련 과정을 개선하겠다. 문법보다는 의사소통 능력 중심의 훈련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확대 배치하고 학교 내에 영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 초등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연구학교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하겠다. 대학에서 영어 강의 프로그램이 확대되도록 대학평가 등을 통해 유도해 나가고, 성인들이 평생교육시설을 활용해 영어 능력을 키우도록 돕겠다.

▶공정택(서울시교육감)=의사소통을 키우는 영어교육에 소홀했던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교사의 연령과 능력, 필요에 따른 맞춤식 연수 과정과 해외 인턴십을 통해 교사의 실력을 키우겠다. 원어민 교사를 2008년 9월까지 모든 학교에 배치하고 영어교사의 수업 시연을 활성화하겠다. 듣기평가 중심의 수행평가를 강화하고, 영어수업 및 평가 방법을 개선하겠다. 정규수업 외에도 영어 캠프와 영어마을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정치권

▶송영길(열린우리당) 의원=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100만 평 규모의 '국립 외국어교육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해외 어학연수와 동일한 조건을 국내에 세우자는 것이다. 외국에 나갈 필요 없이 6개월 이상 센터에서 영어교육을 받으면 '벙어리'를 벗어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황우여(국회 교육위원장.한나라당) 의원=원어민 영어 교사 확보와 영어마을 같은 새로운 영어교육 환경 조성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 대학입시와 회사 입사시험도 영어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봉주(열린우리당) 의원=일선 학교에 외국인 강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살아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티칭 비자(Teaching Visa)제'를 도입하기 위해 의원입법을 추진하려고 한다. 현재 4년제 대학 졸업자로 한정한 외국인 강사 자격 요건을 2년제로 낮춰 티칭 비자를 주고 인터십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학계

▶김종복(경희대) 교수=전문 영역에 대해 충분히 토론할 수 있고 자기 성과를 세계 저널에 게재할 수 있는 고급영어 실력을 갖춰야 국제경쟁력이 생긴다. 생활영어 과정은 중.고교에서 끝내야 한다. 대학에선 고급영어를 전공필수 과정으로 운영해야 한다.

◆ 교원.학부모 단체

▶윤종건(한국교총 회장)=회화 실력이 외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문법 중심의 비실용 교육과 교사의 질 향상을 위한 양성.연수 프로그램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고 영어 교사들의 재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장혜옥(전교조 위원장)=현재 영어교육은 입시 중심으로 과열돼 있다. 과열된 영어교육을 학교 안(공교육)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연수과정을 거쳐 전문화된 교사와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는 교재를 통해 실용적인 교육을 해야한다. 일부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중등교육부터 국어.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영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박하식(용인외고 교감)=영어는 여러 교과의 하나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의 생활수단이라는 의식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학습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경자(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원어민 수준에 버금가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교원 평가 때 영어 실력을 공개하고 부적격하면 퇴출까지 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제프리 존스(파주 영어마을 원장)=한국 영어교육은 철저하게 시험 중심이다. 학생들의 토플이나 토익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당히 높지만 실제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제는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이 돼야 한다. 영어마을은 그런 취지에서 만들었다. 공교육에서도 수업시간에 말을 써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양영유.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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