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은 올해 초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차기 주자였던 안희정 전 지사의 대망론으로 들썩였다. 사상 첫 충청권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안 전 지사가 지난 3월 미투(MeToo)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현지에 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도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내연녀 스캔들이 터지면서 중도 하차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민주당 공천장을 거머쥔 이가 천안병 지역구 의원이었던 양승조 후보다.
양 후보와 29일 하루 일정을 함께 하며 밀착마크를 했다. 양 의원은 “충청권에는 미래의 대통령을 배출하고자 하는 집단적인 욕망이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부합한다면 언제든지 충청 대망론은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안희정 전 지사의 미투 파문이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거의 없다고 본다. 안 전 지사 미투 사건은 그분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다. 도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나 정당과는 별개다.
-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그 뒤론 충청 대망론을 이어받는 건가.
- 대망론은 국민적인 여론과 사회적인 분위기에 달려있다. 제가 20대 국회에서 충남에서 내리 4선을 선택 받은 유일한 국회의원이었다. 제 나이가 아직 60대가 아니고 4선 의원을 거쳐 충남지사를 맡게 된다면, 대망에 대한 꿈이 전혀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단 도정을 맡아서 평가를 받는 게 우선 순위다.
양 후보와의 인터뷰는 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진행됐다. 그는 차 안에서 연양갱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쌓여 있는 10여 건의 부재중 통화에 응답했다. 양 후보는 대화 중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자주 언급했다. 선거 사무소 현수막에는 ‘문재인 당 대표의 사무총장’이라고 적혀 있었고, 지난 3월 출간한 저서명도 ‘문재인의 사무총장, 충남을 열다’였다.
- 4선을 했지만 인지도가 낮고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 정치인이 돌출 발언 등으로 쉽게 유명해질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고도 4선을 한 건 이유가 있지 않겠나. 의정 활동 14년간 법안 발의가 449건, 대표발의 해서 통과된 게 136건, 본회의 출석률은 95%가 넘는다. 당이 어려울 때 비상대책위원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당직도 여러 번 거쳤다.
- 민주당 내 비문으로 분류되는데 선거 운동은 문재인 마케팅이다.
- 일단 저는 비문이 아니다. 2011년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비서실장의 맡아서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할 때 사무총장을 맡는 등 친문쪽과 교류가 더 많았다.
양 후보가 상대하는 자유한국당 이인제 후보는 두 번의 대선 후보를 경험한 백전노장이다. 20대 총선을 제외한 6번의 총선에서 모두 살아남아 ‘피닉제(피닉스+이인제)’라는 별명이 있고 그 중 4번은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뽑혔다. 양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 한국당 이인제 후보는 유명세가 장점이다.
- 너무나 유명한데 부정적으로 유명한 분이다. 결정적으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다. 반대로 저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 사람이다.
이날 양 후보는 첫 일정으로 오전 8시 30분에 청양군 가파마을의 임원간담회에 참석했다. 충남 청양·부여·예산군은 지난 19대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보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준 지역이다. 양 후보는 마을 주민들에게 도농간 소득 격차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설명했다.
- 충남 남부 농촌 지역은 과거 자유선진당을 지지했던 보수 세력이 강하다. 반대로 양 후보는 북부 지역인 천안에서 의원을 했다.
- 과거 선진당 지지 세력은 한국당에 흡수돼 여전히 깊고 넓게 충남에 분포한다. 농·어업 지역은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약한 게 틀림없다. 도농간 균형 발전 계획을 제시하고 고령화 대책을 제안해 그 분들의 마음을 얻는 수밖에 없다.
- 여론조사에선 부동층 규모가 상당하다. 부동층 대다수가 ‘샤이(shy) 보수’ 아닌가
- 물론 샤이 보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하는 오차를 감안해도 큰 흐름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 부동층도 갈수록 크게 줄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도, 당 지지율 등 큰 흐름을 거스를 정도는 아니다.
도민들은 차기 지사의 첫 번째 과제로 어려워진 지역 경제 부흥을 꼽았다. 일부 상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사람을 쓸 수가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양 후보는 “내수 경제는 최저임금 인상 전부터 어려웠는데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건 논리적 비약이 있는 주장”이라며 “돈 쓰기를 어려워 하는 도민에게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동시에 제공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청양·금산=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