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봉투서 자산소득으로 눈 돌려 |정부 세제 개편 안의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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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2년 이후 6년만에 전면적인 손질을 한 이번 세제개편의 특징은▲저소득층의 세금부담경감▲자산소득 중과 세▲세율체계의 간소화▲조세감면 폭의 축소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부담 경감은 복지수요 증대요구와 관련, 조세측면에서 소득 재분배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개편으로 5인 가족기준 근로소득자의 면세점이 3백60만원으로 높아짐으로써 지금은 월 평균 2천6백18원씩의 소득세를 꼬박꼬박 내고있는 약66만7천명이 내년부터는 소득세 납세대열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9백84만여 명에 이르는 전체근로자중 근로소득세납세자는 41·6%선인 4백9만4천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또 현행 6∼55%의 16단계로 되어있는 소득세율 누진체계가 5∼50%의·8단계로 대폭 축소되면서 월40만∼50만원 짜리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은 지금보다 43∼45%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반면 그 동안 조세형평원칙에 비춰 문제가 많았던 공공법인 등에 대한 「특혜조항」인 각종 비과세·감면은 축소 또는 폐지됐고 자산소득중과 및 부동산투기억제차원에서 양도소득세는 무거워지게됐으며, 금융거래 실명화를 유도키 위해 비 실명거래 분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이30%로 지금보다 더 높아지게 됐다.
각계각층의 복지에 대한 강한 욕구표출로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재정수요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처럼 가장 확실한 세원인 「월급봉투」에서 자산 소득 쪽으로 눈을 돌린 점은 세제의 소득재분배기능을 살린 것으로 뒤늦은 감은 있지만 높이 평가할 일이다 지 이와 함께 수출산업에 대한 세제상의 특혜축소와 외국자본에 대한 각종조세감면의 폐지 등은 국제수지혹자정책 등 우리경제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별소비세 적용대상품목조정과 특소세 율의 현실화로 그 동안 국민소득수준의 향상과 소비패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역진성을 떤 간접세비중을 현재 59%(직접세41%)에서 53%로 크게 낮추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특기 할만 한 것은 종교단체등 비영리법인의 이자소득에 대해 과감히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인데 이는 과거 세제개편 때마다 입안자선에서만 거론되다가 거센·반발에 부닥칠 것을 겁내 끝내 말도 꺼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앞으로의 세율은 모두 「5」 의 배수로만 짜여져 납세자들이 세액계산을 쉽게 해올 수 있도록 한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세제 개편 안은 과거 적자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조세체계의 불합리한 면을 상당부분 합리적으로 뜯어고친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개편 안이 「밝은 면」 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종합토지세제를 도입치 못했고 또 금융거래 실명제도 병행치 못한 점은 물론 그 실시시기마저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등 미흡한 구석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전에 미리미리 토지전산입력 등의 준비작업을 서둘렀더라면 종합토지세제도입이 이번 세제개편 안에 포함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전국이 부동산투기 열병에 심하게 시달렸던 점을 돌이켜보면 이 같은 미비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상속세 쪽에서도 정부는 최고세율(60%)을 55%로 낮추면서 그 이유로 고 세율은 조세회피만을 초래할 뿐 세수증대의 실전이 없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는 관계부처간의 유기적인 관리 등을 통해 충분히 세원확보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줄어들 세수(세수)를 어떻게 보전할 것이냐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근로자 등 소득세경감으로 5천억 원▲특별소비세 완화로 3천 억 원▲전화세경감으로 2천6백억 원▲주 세율조정으로 2천억 원▲담배소비세 지방이양으로 1조원 등 모두 2조6백억 원정도 내국세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담배소비세 지방세이양과 함께 그 동안 국고에서 지원했던 지방사업은 같이 떠넘긴다 쳐도 당장 내년부터 1조6백억 원의 세수감소를 감수해야할 판이다.
정부는 이를 보전할 새로운 세원으로▲각종 조세감면혜택 폐지 또는 축소로 2천억 원▲금용 거래 비 실명 분에 대한 중과로 1백50억 원 등을 챙기고 있고 여기에 당장은 올해 말 예산결산이 돼봐야겠지만 경기호황에 따른 2조원 가량의 부가가치세 증수를 감안하면 내년도 재정확보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무부는 또 90년부터 종합토지세제가 실시되면 그쪽에서도 상당한 세수증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겠다고 호언한 토지전산화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되는 셈이다.
이밖에 저축성보험 차익에 대한 과세 등 자산소득 중과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주식거래 양도차익에 손을 대지 않은 것도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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