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다큐멘터리 드라마 『잃어버린 왕국』|일본의 역사 조작 파헤친 수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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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BS 제1TV가 90분 6부작으로 방영한 다큐멘터리 드라마 『잃어버린 왕국』은 한반도 지배욕으로 일관된 일본 대한관의 허구를 밝히고 우리의 대일관을 모색하기 위해 한일 관계사를 조명해본 보기 드문 역작이었다.
『잃어버린 왕국』은 19세기말 일제의 한반도 지배욕을 정당화하기 위한 한일 관계사 조작 음모에서 시작, 그 역사 조작의 뿌리가 서기 7∼8세기까지 박혀 있음을 알고 그것을 추적해 들어갔다.
그 결과 「잃어버린 왕국」은 일본의 대한관 뿌리는 한반도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열등 의식 은폐에 다름 아님을 밝혀냈다.
『잃어버린 왕국』은 최인호씨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총 제작 기간 1년8개월, 제작비만도 5억여원을 들인 보기 드문 대작이다.
거의 유실되다시피 한 백제사와 한일 고대사의 가시화를 위해 한일 학자에 의한 자문과 고증, 유물·유적 등의 답사, 자료 제시 등 다큐멘터리 부분과 고증에 의한 소도구 제작, 나레이션 등에 의해 드라마 부분에서도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잃어버린 왕국』은 한일 관계사에 대한 작가의 「추리」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했다.
그러나 역사 추리물로서 다큐 드라마 형식을 취한 소설 『잃어버린 왕국』은 역사·소설·다큐 드라마 사이의 관계를 생각게 한다. 『심증은 있어도 증거가 없으면 학설이 안 된다. 그러나 심증만 있으면 소설은 가능하다』란 원작자 최씨의 말을 빈다면 「심증」은 「증거」가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사실」 보다는 추리로서 작가의 「상상」에 가깝다.
그러나 작가와 독자의 상상에 크게 의존하는 소설이 다큐 드라마화 하면서 「상상」이 「사실」로 굳어지는 경향을 『잃어버린 왕국』은 보여줬다.
다큐 드라마의 특징은 논픽션의 리얼리티와 논픽션의 극적 구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에 의한 사실과 흥미의 동시 추구에 있다.
『잃어버린 왕국』에서의 논픽션 부분은 학계의 한 가설로서 「사실」이라기보다 「사실로 굳히기 위한 추리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부분의 취약성으로 인해 사실성을 보강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드라마 부분에도 나레이션이 수시로 끼어 들어 시청자의 상상력을 차단, 논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긴장이 풀려 흥미가 반감됐는지도 모른다. 또 『잃어버린 왕국』이 전편에 걸쳐 일인에 대해 휴머니즘을 견지하면서도 가설을 사실화함으로써 대한관의 국수주의를 비판하는 우리 또한 그네들과 마찬가지로 국수주의적 대일관의 오류에 빠지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볼 점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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