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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영] 협력사 지원, 사회공헌 확대 … '아름다운 상생' 뿌리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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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은 장애인 직원들이 참여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 중이다. 교육을 이수한 장애인 직원들은 일반 직원과 함께 제품 판매 및 커피 제조를 하며 매장을 꾸려간다. [사진 SPC그룹]

SPC그룹은 장애인 직원들이 참여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운영 중이다. 교육을 이수한 장애인 직원들은 일반 직원과 함께 제품 판매 및 커피 제조를 하며 매장을 꾸려간다. [사진 SPC그룹]

 지난 20일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대기업 총수로서 일부 사업 실책과 편법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하지만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존경과 추모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는 구 회장이 상생(相生)을 강조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해온 대표적인 대기업 ‘총수’이기 때문이다.

'상생경영' 실천하는 기업들

 2011년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 자리가 대표적인 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협력 회사에 단순히 도움을 주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협력 회사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임을 인식하고 실행해주기 바란다”며 “자금 지원뿐 아니라 미래기술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확대 등을 통해 협력회사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평소에도 “LG가 협력회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라”, “협력회사가 튼튼한 사업파트너가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치며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 눈높이가 바뀌었다. 이젠 경영 활동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 국부 창출에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는 이익 창출뿐 아니라 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기업들의 다양한 사회적 책임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재계도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상생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임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총 300여 개의 온·오프라인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총 863개의 1·2차 협력사 임직원 1만7600명이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또 별도로 조직한 컨설팅 센터는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삼성전자 임원과 부장급 100여 명이 경영관리·제조·개발·품질 등 전문 분야에서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상생협력기금과 상생펀드 등을 통해 2·3차 중소 부품 협력사 지원에 나섰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해온 1차 협력사 위주의 상생 협력을 한층 더 확대한 것이다. 협력사들과 현대·기아자동차의 평균 거래 기간은 30년이다. 협력사의 생산 기술 및 R&D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품질 경쟁력도 높이는 상생을 실현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그룹은 협력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1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하던 ‘동반성장 MBA’(핵심 인재 대상) 및 ‘동반성장 e-러닝’(전 임직원 대상)을 2·3차 협력사로 확대하고, 경영인을 위한 ‘동반성장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신설했다.

 SK하이닉스는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까지 120여건의 특허를 무상으로 이전했다. 또 2015년부터 임금 인상분의 20%(직원 10%+회사 10%)를 협력사 직원 처우 개선에 지원하는 ‘임금 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중소 파트너사 전용 판매관인 ‘드림 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들을 위한 상생 경영활동이다. 롯데백화점은 매장 인테리어 비용 및 판매사원 인건비 등 운영 전반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외주비를 1000억원 늘려 외주사 직원들의 두 자릿수 임금인상을 지원하고 있다. 포항·광양에서 근무 중인 1만5000여 명의 외주작업 직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해 R&D 시설을 중소·벤처기업들에 개방하고 있다. 또 5G(세대) 통신 기술을 결합해 자율주행·가상현실(VR)·금융기술(핀테크)·블록체인(Block Chain) 등 분야에서 이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LS그룹은 계열사별로 협력사에 금융 지원을 하고 있으며, 효성은 국내외 전시회에 협력업체들과 동반 참석해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생 경영은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 등 손에 잡히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상품 노브랜드(No Brand)는 상품 수가 1000개로 늘어나는 등 인기가 이어지면서 협력 중소기업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전남 담양의 과자 전문 생산업체 ‘산들촌’은 노브랜드 과자 생산 1년 6개월 만에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중국·몽골·베트남·영국·대만 등 9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삼화전자·아모그린텍과 공동으로 친환경차 핵심소재인 ‘연자성 코어’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화와 함께 평창 겨울 올림픽 성화봉의 외관부를 제작한 제일정밀은 한화가 금속관 전용 세척기 및 검사공정 자동화 설비를 지원한 덕에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CJ대한통운이 선보인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택배 트럭이 아파트 단지까지 물량을 싣고 오면 노인들이 친환경 전동 카트를 이용해 각 가정으로 배달해 준다. 현재 전국 170여 개 거점에서 1300여 명의 노인이 일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실버택배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발달장애인 택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회공헌 사업은 최근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GS칼텍스의 ‘마음톡톡’은 우울·불안·공격성 등의 심리 정서적인 문제로 학교생활과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에게 집단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음톡톡’이 예술 치유를 지원한 아동·청소년은 총 1만2500여명이다.

 SPC그룹은 장애인 직원들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출범했다. 인테리어, 설비 및 자금 지원, 제빵교육 및 기술 전수,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지원해 자활을 돕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음악 영재를 양성하고 클래식 분야를 지원하면서 메세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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