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 5곳에 긴급 ‘영양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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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조선업 불황으로 침체에 빠진 울산 동구, 거제, 통영·고성, 창원 진해구, 영암·목포·해남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이하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해당 지역 내 창업 기업과 근로자에게 법인세·소득세 100% 감면 혜택을 주고, 해상 풍력 등 신산업 관련 투자도 늘린다. 산업위기지역 지정은 지난 4월 전북 군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거제·영암 등 산업위기지역 지정 #창업 때 법인·소득세 100% 감면 #해상풍력·수소차 등 대체산업 육성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용’ 지적도

정부는 2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남 거제 등 5곳을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거제, 창원, 통영·고성, 전남 영암·목포·해남, 울산 동구 등 5곳으로부터 산업위기지역 지정 신청을 받았다. 이후 현장 실사와 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다만 창원은 진해구만으로 특정해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1년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산업위기지역은 지역 내 특정 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경우에 지정한다. 여기에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최근 6개월 평균이 2년 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경우, 지역 내 휴·폐업체 수의 최근 6개월 평균이 전국 평균 이상인 경우 등의 정량적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업 및 소상공인 금융·세제 지원, 재직 근로자 능력 개발, 실직자 및 퇴직자 재취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산업부는 통영·군산 지역 소상공인과 고용·산업위기지역 중소기업으로 한정했던 특별경영안정자금 등 금융 우대 혜택 등을 고용·산업위기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세금 납기를 연장해주고, 징수를 유예해주는 내용이다. 대출 만기 연장하고 원금 상환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도 돕는다.

교통·환경·의료시설 등 지역 인프라 사업은 추진 속도를 끌어올린다. 전통시장 주차 환경 개선사업 등 지역 상권 활성화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지능형 기계, 해상 풍력, 수소차 등 대체·보완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세제·재정·입지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담겼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산업위기지역은 지정보다 졸업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위기관리가 아니라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이번 조치를 바탕으로 산업경쟁력 회복과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문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 동구지부장은 “최근 1년 반 동안 1700여 개 업소 가운데 480개가 폐업했다”며 “중공업 일감을 늘려 인구 유출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선 관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330여 개 기업이 밀집한 대불산업단지의 고창회 경영자협의회장은 “지금까진 근로자 중심으로 지원했지만 이번 지정에 따라 사업주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불산단의 가동률은 2015년 12월 84%에서 지난해 12월 59%까지 떨어졌다.

다만 지방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 나온 발표가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박건수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지원 기간을 2년으로 할 수 있지만 조금씩 회복되는 조선업 경기를 고려해 1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정 범위를 과도하게 넓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5곳은 이미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5월 3일 고용노동부는 고용위기지역을 새로 지정하면서 전남 영암과 인접 도시인 목포를 묶었다. 사업체의 소재지가 아닌 배후도시까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목포는 떼놓고 보면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용부는 ‘영암군과 사실상 같은 경제권’이라는 이유로 함께 지정했다. 산업부 역시 이 논리를 그대로 따라 목포를 산업위기지역에 포함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창원·울산·영암·군산=위성욱·최은경·김호·김준희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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