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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광고로 화제, 30년 부동의 1위 중국 코코넛 음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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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ww.shenshou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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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_화석_같은_음료
#광고계_독보적인_존재감
#하이난성_명물

중국 코코넛 쥬스 시장 1/4 점유 강소기업 #중국 음료 업계 유일한 국가급 기밀 상품

코코넛 음료 예슈예즈(椰树椰汁)
30년 간 중국 코코넛 음료계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단순히 맛 때문은 아니다.
최근 2년 간 '병맛' 같은 디자인과 광고로 인터넷에서 화제몰이 중이다.

[사진 창업자필간자신]

[사진 창업자필간자신]

위의 사진은 한 중국 네티즌이 엑셀로 뚝딱 구현한 예슈예즈 포장 디자인이다(...). 어떤 이들은 예슈예즈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짝퉁 같은 진짜"라고 평하기도 한다. 실력 없는 디자이너가 사장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라 이 일거리를 얻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

촌스럽고 성의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는 게 불가사의한 점이다. 왠지 모르게 몇년 전 국내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광고계를 휩쓴 편강탕 광고가 떠오른다.

예슈예즈와 편강탕 광고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상당히 직관적이라는 거다. 멀리서 봐도 "아~ 그 음료수?", "아~ 거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사진 창업자필간자신]

[사진 창업자필간자신]

더불어 예슈예즈는 가슴 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한 선수(?)를 홍보 모델로 고용하는가 하면, 생수병을 여인의 가슴 모양으로 만들어 논란과 동시에 엄청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내기도 했다. 그때 밀었던 광고카피가 "매일 한 잔씩 마시면 가슴이 커집니다"였다.

그렇다면 예슈예즈의 맛은 어떨까. 직접 마셔본 사람들은 하이난의 코코넛을 갓 갈아넣은 듯한 신선한 느낌이라고. 필자가 마셔보진 않았지만 31년 간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가 있다. 향료, 색소, 방부제도 넣지 않았다.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 예슈예즈는 이곳의 코코넛을 갈아만든 제품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 예슈예즈는 이곳의 코코넛을 갈아만든 제품이다. [사진 셔터스톡]

예슈예즈를 만드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기름과 물을 잘 분리시켜야 하고, 단백질 덩어리도 잘 처리해야 한다. 예슈그룹은 특허까지 출원했다. 영양 성분을 잘 보존하면서 장시간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품질 관리도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코코넛 껍질을 벗긴 뒤 1시간 이내에 무조건 생산을 완료하며 상품 출고 전에는 반드시 7일 간의 '빡센' 품질 검사를 실시한다.

이 각고의 노력을 인정 받아 국가보밀국이 지정한 음료 업계 유일한 국가급 기밀 상품이 됐다. 또 예슈예즈를 포함해 예슈그룹이 생산하는 무당 코코넛즙, 천연 미네랄워터, 화산암 미네랄워터 모두 국가 연회에 공급되고 있다. (예슈그룹이 하이난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예슈예즈 포장을 디자인한 사람이 다름 아닌 예슈예즈를 생산하는 예슈그룹의 회장 왕광싱王光兴이라는 사실이다. 워낙 언론 노출이 적은 인물이라 알려진 이야기는 별로 없다.

왕광싱 예슈그룹 회장. [사진 창업자필간자신]

왕광싱 예슈그룹 회장. [사진 창업자필간자신]

예슈그룹의 전신은 1956년 설립된 하이커우 통조림 공장이다. 1981년부터 5년 연속 적자가 나 공장이 파산 직전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공장장이 되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시정부가 나섰고 당시 시장은 특별한 인재라며 왕광싱을 추천했다.

1941년생인 왕광싱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나갔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하이커우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홍보, 공지사항 전하기 등을 도맡았다. 본인의 일을 다 마쳐도 동료들의 일을 도왔다. 왕광싱은 금세 간부의 눈에 들어 빠르게 승진했다. 한 동료는 "특정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왕광싱이 가면 곧바로 해결을 봤다"고 말했다.

1983년, 왕광싱은 하이커우 음료수 공장 공장장이 되었고 1985년에는 하이커우 전자공업총공사로 갔다. 두 곳 모두 그 당시 문제가 있던 곳으로, 왕광싱은 해결사로 투입된 것이었다. 그가 하이커우 음료수 공장에 간지 첫 해만에 순이익 100만 위안을 넘겼고, 하이커우 전자공업총공사에서는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성공시켰다.

1973년 당시 캄보디아 국왕이었던 노로돔 시하누크 부부가 하이커우 통조림 공장에 방문했다. [사진 하이난왕]

1973년 당시 캄보디아 국왕이었던 노로돔 시하누크 부부가 하이커우 통조림 공장에 방문했다. [사진 하이난왕]

1986년, 예슈그룹의 전신인 하이커우 통조림 공장(파산 직전)의 공장장을 맡음으로써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9개의 공장에 철저히 점수를 매겨 일한만큼 많이 주고, 신통치 않은 공장엔 큰 벌을 내려 직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코코넛 쥬스 시장 규모는 150억 위안. 예슈그룹의 2017년 매출이 40억 위안(약 6800억 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이 시장의 4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왕광싱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제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 신제품 이윤의 3~5%를 제품 개발자에게 인센티브로 줬다. 예슈예즈는 바로 이렇게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이후로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지급해 확실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왕광싱에게는 한 가지 신념이 있는데, 바로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정부는 예슈그룹의 상장을 몇 번이나 권했으나 왕광싱은 상장의 단점이 장점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해 아직까지 비상장 회사로 남아있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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