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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취준생들과 6개월짜리 인공지능 훈련 과정 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차 산업혁명 인재' 키우는 'AI 아카데미' 현장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KT 분당 본사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승연(25·아주대)씨가 딥러닝 기술의 일종인 컨벌루션 신경망(CNN) 활용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애초 CNN은 필기체를 구별하기 위해서 제안된 모델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술은 최근 상품 이미지를 인식하고 소비자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추천할 때 쓰이기도 하고요….”

김씨의 발표가 끝나자 동료 학생들이 질문하고 답변을 주고받는 과정이 오전 수업 3시간 동안 계속 진행됐다.

김씨를 포함한 대학생 20여 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하는 이곳은 KT가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운영하는 ‘KT AI 아카데미’ 현장이다.

김씨는 “학부생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전공과 관련한 논문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며 “이곳에서는 동료 학생, 선생님들과 시간제한 없이 토론하는 수업 시간이 가장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KT 분당 본사에서 열리고 있는 'KT AI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강사와 함께 인공지능(AI) 이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AI 아카데미는 KT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인력 수급 미스 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KT]

지난 2월부터 KT 분당 본사에서 열리고 있는 'KT AI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강사와 함께 인공지능(AI) 이론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AI 아카데미는 KT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인력 수급 미스 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KT]

‘KT AI 아카데미’의 가장 큰 목표는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이다. 취직을 준비하는 대학생 20여 명을 6개월간 강도 높게 훈련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수학ㆍ통계 등 전공 지식에 대한 평가, 면접 등 세 단계 전형을 거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수업료는 없다. 단 모든 학생이 아카데미를 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 과정 중간마다 학생들의 성취도를 엄격하게 평가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일부 학생들은 KT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할 때 혜택을 주기로 했다.

BC카드 등 사업 현장 가서 실무 감각도 익혀 

장정효 KT 그룹인력개발원 미래교육팀장은 “원래는 직원 교육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협력사들에 소정의 비용을 받고 진행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으로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흔히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라고들 말하는데 이에 정말 필요한 인력 수급이 잘 되지 못한다”며 “학생들이 이론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I 아카데미'의 6개월 교육 기간은 ▶인공지능 이론 교육(5주) ▶실제 산업 현장의 케이스 학습ㆍ토론(10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팀 프로젝트(8주)로 구성돼있다. 이론 교육에서는 텐서플로우ㆍ인공신경망 등 딥러닝, 데이터 분석, 파이톤 프로그래밍 등 인공지능 기술의 기반이 되는 이론 전반에 대해 배운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 트렌드를 알려주기 위해  학생들은 종종 실제 사업 현장에도 방문하고 있다. 그간 KT의 연구ㆍ개발(R&D) 조직인 융합기술원과 AI 사업단, 계열사인 BC카드ㆍ후후앤컴퍼니 등을 방문했다. 다양한 분야의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자기소개서와 면접 기술을 코치하는 시간도 교육 과정에 포함했다. 이미 수강생 5명은 취직에 성공해 교육 과정 중간에 떠났다.

지난 8일 KT 분당 본사에서 열린 KT AI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실무 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AI 아카데미는 KT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인력 수급 미스 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KT]

지난 8일 KT 분당 본사에서 열린 KT AI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실무 교육 수업을 듣고 있다. AI 아카데미는 KT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인력 수급 미스 매치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 KT]

강사진도 다양하다. 이론 교육은 연세대ㆍ중앙대 등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교수들이, 실무 교육은 KT 소속 연구원과 사업 담당 직원들이 직접 와서 업무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학생들은 마지막 교육 8주 동안 KT의 계열사ㆍ협력사 내 인공지능 사업부서의 각종 미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등 실제 상용화됐거나 준비 중인 기술ㆍ사업들과 관련한 팀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성과도 실제 KT 임직원들이 참여해서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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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엔 인공지능 수업 없어…유튜브로 공부" 

수강생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실무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영어영문학과 통계학을 전공한 대학생 고은별(25·고려대)씨는 “문과생이다 보니 코딩 등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 전공자들과 강사 덕분에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BC카드 사업 부서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카드 사업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설명을 들어서 흥미가 생겼다”며 “카드사에 입사해 데이터 분석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찬엽(28·경북대)씨도 “인공지능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내가 원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물체 인식 분야와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공학을 전공한 김성철(27·연세대)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전문 지식을 쌓아왔다.

“영상처리에 대해 공부하다가 인공지능에 흥미가 생겨서 유튜브 등을 뒤지며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혼자서 공부하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 강의를 보면서 따라하는데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게 어떻게 나오는 값인지 알 수가 없다. 구글링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요즘에는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면서 학습량이 훨씬 더 늘었다.”

김승연씨는 현재 인공지능 교육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에서는 인공지능 분야 수업을 찾기가 힘들다. 학부생들은 쉽게 배울 수가 없다. 논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얼마만큼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기업에 지원할 때 나를 ‘인공지능 인재’로 포장하고 싶어도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만들기 힘들다.”

◇'AI 인재' 양성 교육 신설하는 학교·기업=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인재 육성 전략을 내놓는 기업·학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저장장치(GPU) 1인자로 불리는 미국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연세대 공과대학과 손잡고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본사에서 인증한 딥러닝 전문가들이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연세대 학생들에게 수업하고 있다.

LG CNS와 카이스트는 산학 협력을 강화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양측이 협력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인공지능 전문 인재들을 대거 양성하기 위해 인공지능에 특화된 전문대학원 6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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