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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에 사진 찍어준다더니 … 치마 속 찍은 신촌 몰카사진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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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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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고객님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은 즉시 해고 처리했습니다.’

지난 9개월간 여대생 215명 당해 #옷매무새 잡아주는 척하며 접근 #스마트폰으로 가슴 촬영하기도

28일 오후 서울 신촌 대학가에 있는 B사진관 입구엔 이런 내용이 담긴 장문의 사과문이 붙어있었다. 이른바 ‘프랜차이즈 사진관’으로 전국 12곳 중의 한 곳이다.

이 곳은 증명 사진 가격(4900원)이 다른 사진관의 절반도 안 될 만큼 저렴해 인근의 대학생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관에 고용된 사진사 A씨(23)는 찾아오는 손님들의 증명 사진만 촬영한 게 아니었다. 지난해 5월부터 여성 손님들을 대상으로 ‘몰카’도 찍었다. 피해자는 주로 여대생.

A씨 후임으로 두 달 전부터 근무한다는 사진사는 “여기는 사진사 1인 체제로 운영된다. 사장님도 A씨가 인사성이 바르고 순해 그런 나쁜 짓을 할 줄은 전혀 눈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A씨의 몰카 촬영 수단은 주로 ‘스마트폰’이었다. 수법은 교묘했다. 증명 사진을 촬영할 때 옷매무새를 잡아주는 척하며 여성에게 다가갔다. 한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앉아 있는 여성의 가슴을 촬영했다. 촬영을 마치면 여성에게 원본 사진 파일을 보내주겠다며 컴퓨터가 놓여진 사진관 ‘데스크’(책상)로 유인했다. 자신의 e메일 주소를 쓰기 위해 허리를 숙인 여성 뒤에서 치마 속을 찍었다. 여성의 전신을 촬영하기도 했다.

범행은 지난 2월초까지 이어졌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해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9개월여 간 고객 215명을 대상으로 225차례 몰카를 촬영했다.

사진관 앞에서 만난 한 여성은 “1년 전쯤 여기서 사진 촬영을 했는데 ‘예뻐서 해드린다’며 내 소매를 만지고, 사진 파일을 주겠다며 따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전문 사진관에서 사진사에 의해 벌어진 범죄라서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한 결과 200여 건이 넘는 추가 피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여성 치마 속을 촬영하고 몸을 만진 혐의(강제추행 등)로 그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문제는 이런 몰카 범죄가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고려대 등 대학 남자 화장실 몰카 사진이 유포돼 이달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국회사무처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현재(2016년 기준) 5185건에 이른다. 2011년 1523건에 비해 3배 넘게 늘었다.

촬영보다 더 심각한 건 ‘유포’다. 경찰 관계자는 “신촌 사진관 사건의 범인 A씨는 소장만 하고 유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몰카 사진들은 최초 유포 후, 수 차례 재유포되며 음란 사이트 등을 돌아다닌다. 심지어 몰카 영상·사진을 사이트에 올려 돈을 버는 범죄자들도 많다.

지난 1월 인터넷 웹하드에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 같은 음란물을 올려 수익을 올린 ‘헤비 업로더’들이 붙잡혔다. 업로더 김모(36)씨는 음란물 24만2481건을 올려 5400여 만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가해자는 몰카를 ‘훔쳐보기의 만족감·호기심’ 정도로 치부할 지 몰라도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으로 자살까지 생각한다”며 “인식에 큰 괴리감이 있는 범죄”라고 분석했다. 이어 “온라인 상에 한번 유출되면 완전히 없애기도 힘들고 피해자 치유가 불가능하다”며 “특히 다수 피해자인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한대·허정원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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