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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빌보드1위 'BTS DNA' 있어 가능했다…웰컴 투 방탄월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배경 작품이 눈길을 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배경 작품이 눈길을 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미 음악전문매체 빌보드는 27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18일 발매된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일주일간 13만 5000점(앨범 등가 단위·Album-equivalent unit)을 획득하면서 아시아 최초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앨범 등가 단위는 한장의 음반 판매와 동등한 음악 소비 단위로 디지털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를 아우른 수치다.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외국어 앨범이 1위에 오른 것은 2006년 크로스오버 그룹 일 디보(Il Divo)의 ‘앙코라(Ancora)’ 이후 12년 만이다. 영국에서 결성된 일 디보는 스페인어ㆍ이탈리아어ㆍ프랑스어 등으로 노래를 부른 반면 방탄은 대부분을 한국어로 불렀다. 빌보드는 “장르 구분에 따르면 1위에 오른 첫 월드뮤직 앨범”이라고 밝혔다. 해당 차트는 30일 업데이트된다.

2013년 데뷔한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층적이다. 지난해 166만장이 판매된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 앨범에 대한 분석까지 더해져 인문학ㆍ철학적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마케팅 등 경영에 대한 접근도 이뤄지고 있다. 방시혁 프로듀서가 이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924억원을 달성, 영업이익(325억) 기준 국내 기획사 1위로 올라섰다. 국내외 학자 및 평론가 등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방탄소년단의 성공비결은 BTS DNA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요약됐다.

방탄소년단이 만드는 멀티 놀이터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기사. [사진 빌보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기사. [사진 빌보드]

Beyond(비욘드). 탈 경계를 지향하는 콘텐츠의 힘이다. 이들은 10~20대를 향한 사회적 억압과 편견에 맞서는 힙합 아이돌을 표방하며 탄생했지만 ‘힙합’과 ‘아이돌’에 머무르지 않았다. 멤버 전원이 작사ㆍ작곡에 참여하며 자기 이야기를 담아내되 EDMㆍ라틴팝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며 음악의 범주를 넓혀 갔다.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 사투리로 만든 ‘팔도강산’부터 스스로를 멕시코 유랑악단에 비유한 ‘에어플레인 pt.2’ 같은 노래가 한데 어우러져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밝은 댄스곡이 K팝의 주류를 이루지만 이번 앨범은 사랑의 어두운 면을 담아냈다. 이는 지난번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아티스트로서 롱런하기 위해 성공적인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계 행성에 속해 있다가 지위를 잃고 소행성이 되어버린 명왕성의 이야기를 담은 수록곡 ‘134340’을 언급하며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메인 차트에 해당하는 ‘빌보드 200’(앨범)과 ‘핫 100’(싱글)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사람들이 싱글 차트에서 1위 한 ‘마카레나’나 ‘데스파시토’는 알아도 그 곡을 부른 가수를 기억하진 못한다”며 “앨범 차트에서 성공은 ‘원 히트 원더’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한 싸이가 ‘젠틀맨’(5위), ‘행오버’(26위), ‘대디’(97위) 등 순위가 하락한 것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6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에 진입했다.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로 171위로 앨범 차트에 데뷔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 앨범 ‘페이크 러브’와 제이홉 솔로 믹스테이프‘호프 월드’까지 합하면 총 8장에 달한다. 여기에 ‘DNA’와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이 각각 ‘핫 100’에서 67위와 28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에도 진입을 노리고 있다.

라인프렌즈가 출시한 캐릭터 'BT21'로 만들어진 굿즈를 즐기는 BTS의 해외 팬들. [사진 BT21 트위터]

라인프렌즈가 출시한 캐릭터 'BT21'로 만들어진 굿즈를 즐기는 BTS의 해외 팬들. [사진 BT21 트위터]

Transmedia(트랜스미디어). 음악을 중심으로 영상ㆍ캐릭터ㆍ캠페인ㆍ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든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된 마블 영화가 서로 연결되는 것처럼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등이 이어지며 스토리가 형성되고, 뮤직비디오는 쇼트 필름과 하이라이트 릴 형태로 이어진다. 퍼즐조각처럼 이어진 이야기는 반복적인 시청을 유도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공개 9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넘긴 신곡 ‘페이크 러브’를 비롯해 1억 뷰 이상 뮤직비디오만 13편에 달한다.

음악에서 시작된 이야기와 콘텐트가 확장되는 방식도 흥미롭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유니세프와 진행하는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의 근간이 되고, 라인 프렌즈가 선보인 캐릭터 ‘BT21’이 게임 ‘퍼즐스타 BT21’로 출시되는 식이다. 넷마블은 하반기 시네마틱 게임 ‘BTS 월드’ 출시를 앞두고 빅히트 지분 25.7%를 2014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 게임을 위한 별도의 음악과 영상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torytelling(스토리텔링). 이들 콘텐츠가갖고 있는 서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데미안』,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등 차용된 문학 작품만 여럿으로 미술로 치면 콜라주(collage)에 가깝다. 하지만 관련 콘텐트가 출시되는 플랫폼이 다양해 이야기는 더욱 넓어진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음악을 듣는 청자, 영상을 보는 관객,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등 더 많은 사용자가 방문해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된다”며 “집단지성의 실천적 참여가 이어지면서 그 확장 속도 또한 대단히 빠르다”고 설명했다.

BTS가 궁금하다면

팬덤 아미가 타고난 즐기는 DNA

Direct(다이렉트). 방탄소년단은 팬들과 직접 소통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인 최초로 팔로워 1000만 명을 돌파한 트위터 계정(@BTS_twt)은 현재 1497만 명이 구독 중이다. 멤버들이 각자 계정을 운영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에서 #RM #JIMIN 등 해시태그로 작성자를 표시하며 함께 소통하고 있다. 빌보드 1위 수상 소감 역시 “신기하기도 하고 되게 얼떨떨하네요 ㅠㅠ”(진)라며 트위터에 가장 먼저 올라왔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 이후 애프터 파티도 마다하고 찾은 것 역시 네이버 브이앱이다.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함께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 위함이다.


Network(네트워크). 직접 소통의 중요성은 플랫폼별 구독자 수에서도 드러난다. 멤버들이 직접 운영하는 트위터에 반해 기획사가 관리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각각 1282만, 1070만 명 수준이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SNS상에서 생겨난 자발적인 번역 계정은 언어장벽을 허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아시안뿐 아니라 흑인ㆍ라티노 등 다양한 인종이 팬덤으로 유입되는 것은 북미 내에서 소수 인종의 위상이 변화하는 것과도 연결해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with Army(아미). 군대를 뜻하는 팬클럽 아미는 이름처럼 강력하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계속해서 낭보를 전하는 것은 팬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보드 차트 선정 기준을 샅샅이 분석해 라디오에 음악을 신청하고, 미국 간판 토크쇼에 섭외를 요청한 것 역시 모두 아미가 한 일이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이론을 접목해『BTS 예술혁명』(파레시아)을 쓴 이지영 세종대 초빙교수는 “아미는 조직력과 전술을 갖춘 군대처럼 행동한다”며 “방탄이 학교 폭력에 대해 노래하면, 각국의 아미가 자국 상황에 맞춰 이슬람 아미는 여성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생활정치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DNA가 궁금하다면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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