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베를린서 대규모 극우 집회, 더 큰 규모 '맞불 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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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주말인 27일(현지시간), 극우 정당 AfD가 주도하는 대규모의 반(反)난민ㆍ반메르켈 집회가 열렸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극우 세력의 집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몰려 나와, 더 큰 규모의 AfD 반대 시위대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을 사이에 두고 이들과 맞섰다.

극우당 AfD 주도 '반이민 반메르켈' 집회에 5천 명 모여 #'메르켈 아웃', '난민은 떠나라' 등 외치며 시내 행진 #반 AfD 집회엔 2만 5천 참여, "나치 회귀 반대" 외쳐

27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인 AfD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27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모인 AfD 지지자들 [EPA=연합뉴스]

경찰 추산 5000명이 모인 이번 시위는 AfD가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제3당이 된 후 열린 가장 큰 규모의 극우 집회다. 이들은 난민 수용에 우호적인 앙겔라 메르켈 내각을 비판하기 위해 이번 집회를 열었다. 2013 년 반 유럽연합(EU) 정당으로 설립된 AfD는 메르켈 총리가 2015년에 백만 명 이상의 난민에게 독일 국경을 개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계속 해 왔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공동 원내대표가 “우리 아이들, 우리 나라, 우리의 미래 :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 등을 주제로 연설을 하며 집회를 주도했고, 참가자들은 ‘메르켈 아웃’, ‘독일을 사랑하지 않는 자들은 떠나라’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fD 집회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트럭 위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AfD 집회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트럭 위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집회 참석자들은 베를린 중앙역에서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행진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난민에게 성폭력을 당한 독일 여성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반 난민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이들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에는 AfD 집회 참석자의 3배에 달하는 2만 5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녹색당과 좌파당 지지층 등은 사전에 총 13건의 집회를 등록했으며 유명 테크노클럼 회원들이 트럭에서 테크노 음악을 틀며 시위를 주도했다.

반(反) AfD 시위자들은 ‘AfD에 대한 투표는 1933년으로의 회귀’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1933년은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해다. 또 다른 시위대는 “당신에게 악취가 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을 지나는 슈프레 강에서 선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시위대 중 한 명을 체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찰이 시위대 중 한 명을 체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으로 제1 야당이 된 AfD는 최근 지지율이 15%대까지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수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시내로 몰려들면서 부상자도 발생했으나 2000여 명의 경찰이 투입돼 두 시위대 사이를 막아서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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