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패딩, 롱이냐 숏이냐

중앙일보

입력 2018.05.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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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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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 전쟁의 서막이라 할 수 있는 ‘여름 선판매’가 5월부터 불이 붙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는 지난 겨울 히트 아이템 ‘보웰 벤치파카(롱패딩)’를 업그레이드한 신상품 ‘베릴 벤치파카’를 24일 선보였다. 지난해 6월 초보다 1주일가량 앞당겼다.

작년 200만장 팔린 롱패딩
3040 타깃으로 소재 고급화
올해 해외콜렉션 대세 숏다운
국내 업계도 길이 짧은 제품 기획

겨울옷을 여름에 당겨 파는 이유는 시장 선점 효과 때문이다. 밀레 관계자는 “할인된 가격에 미리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먼저 다가가고, 바이럴 등을 통해 겨울까지 판매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판매한 보웰 벤치파카는 33만원대지만, 이를 카피해 이번 여름에 선보인 롱패딩은 19만원대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웃도어·스포츠·캐주얼 부문에서만 약 200만장의 롱패딩이 팔렸다. 평균 가격을 30만원으로 치면 6000억원 대 시장이다. 여기에 남성·여성 부문을 합하면 어림잡아 1조원 대로 추산된다. 패션 시장이 정체 내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롱패딩을 포함한 다운재킷은 유일하게 성장하는 카테고리다. 특히 다운재킷이 전체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아웃도어·스포츠 부문은 다운재킷 판매가 1년 농사를 판가름 짓는다.

올해 롱패딩 공급은 지난해 판매량의 1.5~2배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아웃도어·스포츠 의류를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는 태평양물산 박정욱 상무는 “오는 겨울에 300만~400만 장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며 “올 시즌이 롱패딩의 끝물이라고 판단해서인지 브랜드마다 굉장한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 30만 장을 팔아 롱패딩 판매 1위에 오른 디스커버리는 올해 10만 장을 더 해 40만 장을 생산한다. 지난해 5만5000장을 준비한 K2는 3배가량 늘린 15만 장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소비자 타깃은 30~40대다. 그간 롱패딩 소비를 이끈 10~20대에겐 구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고생에게 롱패딩은 ‘교복 외투’로 자리 잡을 만큼 최근 2~3년간 많이 팔렸다. 타깃을 30~40대로 잡은 만큼 디자인은 고급화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선효 네파 대표는 “다양한 퍼(Fur·털) 등을 가미한 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네파는 지난해 라쿤 퍼 등 고급 소재를 가미한 ‘전지현 패딩’으로 재미를 봤다. 라푸마도 다양한 소재의 컬러풀한 퍼를 가미한 제품을 기획 중이다.

기장의 변화도 관측된다. 장욱진 K2 상품기획본부장은 “롱패딩은 보통 무릎까지 내려오지만, 발목까지 내려온 익스트림 롱패딩, ‘롱롱패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브랜드는 롱패딩을 위주로 준비하면서도 짧은 기장도 함께 기획 중이다. 이종훈 디스커버리 전무는 “올해 해외 콜렉션의 경우 숏다운이 주를 이뤘다. 특히 여성 카테고리에서 짧은 다운재킷이 많이 등장했다”며“소재도 몽클레어처럼 컬러풀하고 광택 소재가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롱패딩 유행 전 인기를 끈 ‘사파리형’ 다운재킷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롱패딩 이후 등장할 새로운 트렌드를 대비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롱패딩은 디자인 차별화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다운재킷은 다운(Down)과 외피의 단순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계는 눈길을 끌 만한 다양한 디자인·기능을 장착한 제품을 준비 중이다. 밀레는 ‘캐리 시스템(Carry System)’을 선보인다. 재킷 겉에 핸드백 끈처럼 밴드를 부착해 롱패딩을 둘둘 말아 배낭처럼 어깨에 멜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지난해 롱패딩 열풍은 트렌드·기능 못지않게 날씨 덕을 봤다.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예상치 못한 강추위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늦가을·초겨울 날씨에 따라 롱패딩을 비롯한 다운재킷 실적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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