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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오래 된 전쟁 6.25, 이제 끝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한 달 만에 남북한 정상이 다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2차 정상회담을 했다. 전격적이고 간소한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은 '친구 간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회담'이라고 말했다.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분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終戰)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정전(停戰) 상태에 있는 6.25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27일 일요일 낮,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6.25 전사자 묘역.
비석의 주인은 1950년 개전 초기에 평택지구에서 전사했다. 68년 전이다. 그러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53년 7월 27일 전쟁당사자들은 정전협정을 맺었다. 6.25는 65년째 '일시적 전투중단' 상태다.

긴 세월에 비석 글씨도 희미해졌다.

전우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낡은 비석들 사이에 새 비석이 간간이 보인다. 합장한 경우다.
촘촘히 새긴 글씨는 한 집안의 역사다. 복원하면 이렇다.

'고인은 1953년 27세로 전사했다. 결혼한 몸으로 아내와 아들딸을 남겼는데, 자식들은 장성해 가정을 이루었다. 세월이 흘러 고인의 손자, 외손, 증손까지 태어났다. 두살 연하였던 고인의 아내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본 뒤 2016년 남편 곁에 누웠다. 88세였다.'

6.25 전사자 묘역에는 참배객이 많지 않다.
간혹 보이는 참배객은 대가족이다.
휠체어를 미는 손자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제가 40년째니까 할머니는 60년째네요."
그 오랜 세월에 비석 글씨도 흐려졌다.

노란 모자를 쓴 꼬마에겐 묘지도 놀이터다.
오래된 묘지엔 슬픔 대신 역사가 흐른다.

까치가 난다. 반가운 이가 오려나~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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