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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니하오" "신짜오"… 15개국 언어로 상담하는 콜센터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중순 천안시 오룡동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충남외국인콜센터)에 2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찾아왔다. 한국말이 서툰 캄보디아 출신의 근로자 A씨였다.

지난 21일 오후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민원인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오후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민원인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그는 얼마 전 자신이 당한 교통사고를 설명했다. 충남외국인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 유현아씨를 통해서였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그는 캄보디아가 고향이다. 결혼 후 개명했다.

충남외국인콜센터, 개소 1년만에 출입국·노무상담 2만건 넘어 #공공기관·민간기업 경력 갖춘 상담사 24명, 전국 무대로 활동 #모국 출신 근로자·결혼이주여성 고충 들어주며 소통창구 역할

유씨와의 상담을 통해 A씨가 며칠 전 천안시 성환읍의 한 도로에서 택시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일이 밝혀졌다. 그는 당시 “괜찮아요”라며 훌훌 털고 일어났다고 했다.

택시 운전사는 A씨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병원 이송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사고 다음 날부터 A씨는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 전형적인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 지난 4월까지 방문과 전화로 2만여 건이 넘는 민원을 해결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 지난 4월까지 방문과 전화로 2만여 건이 넘는 민원을 해결했다. 신진호 기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충남외국인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A씨와 상담한 유현아씨는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경찰 조사를 통해 뺑소니 택시 운전기사가 잡혔다. A씨는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았다. 캄보디아어 지원이 가능한 충남외국인센터의 도움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7월에도 스리랑카 출신의 근로자 B씨가 자신의 외국인등록증을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낭패를 당했다. 친구가 B씨 외국인등록증을 이용해 차량 18대를 구입, 대포차로 팔아넘긴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차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신호와 속도·주차위반 등 65건의 법률을 위반, 과태료와 벌금이 600만원이 넘게 부과됐다. 모두 B씨에게 떠넘겨진 것이었다.

지난 21일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인 상담사 유현아씨가 자국 출신 근로자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인 상담사 유현아씨가 자국 출신 근로자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런 일을 까맣게 몰랐던 B씨는 몇달 뒤 스리랑카로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던 중 공항에서 체포됐다. B씨 문제도 충남외국인콜센터를 통해 해결됐다. 상담사가 B씨와 함께 경찰과 검찰, 시청 등 관계기관 등을 다니며 통역을 대신했다. 다행히도 B씨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5월 16일 문을 연 충남외국인콜센터가 명실상부한 외국인 종합 지원기관을 자리 잡았다. 개소  이후 11개월간 2만786건의 전화·방문 상담을 처리했다. 전체 이용자의 40%가량은 충남이 아니라 인근 대전과 충북·경기도 등으로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주민의 언어소통 문제를 비롯해 생활 고충 상담과 노무, 출입국·체류, 금융상담 등을 지원한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캄보디아 등 15개 나라 언어로 상담해준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동티모르어와 키르기스어. 네팔어 등도 지원한다.

지난 21일 오후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민원인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오후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민원인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이 이뤄지는 공공기관은 충남(천안)과 서울, 부산 등 전국에 4곳뿐이다. 15개 나라 언어를 지원하는 곳은 충남이 유일하다.

충남외국인콜선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대부분은 결혼이주여성으로 모두 24명이 일한다. 모국어에다 한국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한다. 한국어 능력도 4급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고용노동부나 산업인력공단 등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외국인 상담사로 일했던 직원도 있다. 경력이 10년이 넘는 직원도 있다고 한다.

지난 21일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상담사 이다겸씨가 자국 출신 근로자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상담사 이다겸씨가 자국 출신 근로자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오후 2시 충남외국인콜센터를 찾았을 때는 중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니 하오”(중국) “신짜오”(베트남) “싸와디카”(태국) “섭섭하이”(캄보디아). 각 나라의 인사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상담원 부스에는 각 나라의 국기가 붙여져 있다. 이곳을 찾는 민원인들이 모국어를 지원하는 상담사를 쉽게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상담 가운데 가장 많은 게 임금체불이라고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근로기준법 등에 열악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네팔 출신 외국인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날(오후 2시 기준)도 29건으로 베트남(22건), 캄보디아(20건)보다 많았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 지난 4월까지 방문과 전화로 2만여 건이 넘는 민원을 해결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 지난 4월까지 방문과 전화로 2만여 건이 넘는 민원을 해결했다. 신진호 기자

직원들은 임금체불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간혹 오히려 자신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사장님도 적지 않다고 했다. 소통이 쉽지 않아 상담 1건을 처리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나라에서 돈을 벌러 온 근로자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어 상담을 맡은 양앤(39·여)씨는 “외국인등록증을 어떻게 신청하는지 상담하고 있었다”며 “오랫동안 해온 일인 데다 비슷한 상담이 많아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외국인콜센터는 전화와 방문 상담이 어려운 외국인 주민을 위해 올해부터 카카오톡(ID 15221866)으로도 상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중요한 문서와 사진 파일 등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다.

지난 21일 오후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민원인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오후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민원인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상담을 받으려는 외국인 주민이 늘어 넓은 공간으로 사무실을 옮기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옛 천안시청 주변에 마련되는 건물로 입주할 예정이다.

충남외국인콜센터 황세경 운영총괄팀장은 “지난 1년간 상담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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