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함세덕씨 희곡『동승』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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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창작을 방불케 할 정도로 번안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월북 극작가 함세덕씨(1915∼1950)의 작품이 40년만에 다시 빛을 보게됐다.
『한국연극』8월호는 월북작가 함세덕씨의 창작희곡『동승』을 게재, 월북연극인 가운데 첫 번째 해금인사(?)가 됐다.
48년 박문출판사가 발행한 그의 희곡집 『동승』에 실린 7편 가운데 하나인 이 작품은 사생아인 사미승이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한 내용.
버려진 아이를 주워온 주지는 그에게 도념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수도를 하도록 한다. 어느 날 이 절에 서울에 사는 과부인 안대가 며느리가 불공을 드리러 찾아온다. 소복에 흰 밍크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난 이 여인을 보고 도념은 자신의 엄마를 상상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이마저 잃은 안대가 며느리는 절에 재를 지내러 왔다가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도념을 보고 주지에게 수양아들로 삼겠다고 간청하여 가까스로 허락을 얻어낸다.
한편 도념은 언젠가 어머니를 만나면 선물할 생각으로 몰래 대법당 불상 뒤에다 토끼가죽을 벗겨두곤 하는데, 이 사실이 주지에 의해 들통이 나면서 수양아들계획은 취소되고 도념은 쓸쓸히 절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49년 『마음의 고향』이란 타이틀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영화배우 최은희와 변기종 주연작품으로 화제가 됐었다.
일제말기 현대극장을 통해 활동했던 함세덕은 48년 월북, 6·25의 와중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그는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특히 「T·C·말레이」작 『장남의 권리』를 번안한 『추석』 이라든가,「실러」의 『군도』를 번안한 『산적』,『「싱거」의 바다로 간 기사』를 번안한『산허구리』등은 그의 특출한 번안솜씨를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들로 손꼽힌다.
그의 유일한 작품집인『동승』은 국내 연극인 가운데 몇 사람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간 월북작가에 대한 당국의 제재조치로 전혀 빛을 보지 못한 채 지하에 묻혀왔다.
현대극장은 일제말기 친일활동에 앞장섰던 단체로 해방이 되자 바로 해체되면서 공연사진을 비롯한 모든 자료를 소각,『동승』 역시 공연은 됐었으나 사진자료는 현재 전해지는 것이 없다.
한국연극협회 유용환 사무국장은『연극사적인 측면에서도 월북극작가들의 작품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두 번째로 신파극작가인 임선규씨의 작품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주제가「홍도야 우지 마라」)게재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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