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렬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까.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은 행보가 감지된다.
우선 지난 17일 무역 협상 특사로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일행의 움직임. 류 부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다. 류 부총리의 방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방문 뒤 이뤄졌다.
당시 류 부총리는 예정에 없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백악관에서 가졌다. 그런데 당시 류 부총리를 수행한 인사들은 “북한과 미국의 회담이 힘들어졌을 것”이란 반응을 일제히 보였다고 한다.
류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은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을 감지했다. 그리곤 그 같은 내용을 곧바로 시 주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미ㆍ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측이 강공을 밀어붙이는 배경이 됐다. 북ㆍ미 회담을 통한 트럼프와 김정은의 밀착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 먹혀든 만큼 북한 카드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게 돼 무역협상에서 밀릴 게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왕이(王毅)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에서 내보낸 메시지도 돌이켜보면 석연치 않았다.
왕이는 2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첫 만남을 가진뒤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서 왕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대변했다.
평소 중국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지만,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돌변에 대해 ‘시진핑 배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을 감안하면 왕의 북한 감싸기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왕은 이날 폼페이오가 강조한 완전한 비핵화(CVID)에 대해선 한마디 지지 의사도 밝히지 않은 채 “북ㆍ미 정상의 직접 대화는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