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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지나친 몸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1보(132~145)=바둑이 진행될수록 구쯔하오 9단은 노골적으로 느슨한 행마를 보이고 있다. 마치 '다 이긴 바둑이니 이제부터는 실수만 안 하면 된다'는 듯한 자세다. 점점 위험 부담이 없는 수만 골라 놓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자신의 우세를 잔뜩 의식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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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세를 분석해보면, 백이 두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차이인지는 두 대국자 모두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 사실 후반에 몰리면 인공지능(AI)이 아닌 이상 정밀한 형세 판단은 불가능하다. 프로기사들은 다년간 실전으로 다져진 본능적 감각을 믿고, 자신의 판단에 몸을 맡길 뿐이다.

136까지 백의 안전운행은 계속되고 있다. 안전 또 안전을 외치며 몸을 사리는, 낮은 보폭의 행마다. 그런데 정말 이게 승리를 위한 최선일까. 검토실에선 백의 몸 사리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참고도

참고도

여기서 백이 '참고도'처럼 과감하게 백1, 3으로 끊어 흑을 괴롭혔다면, 더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백이 먼저 시비를 건다고 해도 절대 불리하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흑이 137로 우변을 여유롭게 지키면서 흑백의 차이가 좁혀졌다. 야금야금 기회를 엿보던 탕웨이싱 9단은 145로 하변 패를 걸어가며 또다시 판을 흔들어간다. 145는 이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자리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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